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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콩을 들다(2009)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09.07.01 
    감독 : 박건용 | 출연: 이범수, 조안


    #0. 이범수의 흥행작, 수작이 되길 바라며....

    이 영화를 보고 싶었던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번째는 '이범수'가 나오기 때문이었고, 두번째는 스포츠를 주제로한 영화였기 때문이다. '이범수'의 연기력에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열심히 하는 배우이며 실망은 시키지 않는 배우였기에 늘 좋아라 했다. '버럭범수'라고 불릴 만큼 '버럭'의 연기가 살짝 튀는것도 같지만, 그 역시 그 배우의 스타일이기에 이번 영화 또한 이범수라면 기대한 만족을 줄것이라 믿기에 고민없이 선택했다. 
    스포츠를 주제로 한 영화는 모 아니면 도 이다. 감동적이거나, 두서없이 밋밋하거나이다. 그치만 역시 이범수이기에 '모'를 만들어 냈을것이란 믿음으로, 한껏 기대에 부풀어 영화관을 찾았다.


    #1. '조안'이란 배우를 알게되다.

    '킹콩을 들다'를 알게 되기 전까진 '조안'이란 배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아니, 기억하지 못했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조안이 출연했던 '논스톱2'도 열심히 봤었고, '보디가드'도 봤었고, '돌려차기', '언니가 간다', '앤티크'도 봤다. 그치만 그동안 '조안'이란 배우를 지각하지 못했다. 물론, 주연급이 아니었다는 점도 있었겠지만 조연으로서도 연기력 역시 밋밋했었다는 이유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킹콩을 들다'에는 분명 '조안'이 보였다. 그냥 주인공이 아닌 역도를 하는 여중생, 여고생,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의 국가대표로서 연기를 하는 '조안'이 있었다. 역할 자체가 여자 배우로서 하기 힘든점이 많은 역할이었다. 여자배우인 만큼 예쁜 역할, 사랑스러운 역할로 뜨고싶은 욕심이 당연했을텐데도, 이를 과감히 버리고 역도선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배우'조안'은 사랑받을만 했다.
    여중생일때는 삶의 무거운 무게를 고스란히 녹여낸 역도 선수로서, 여고생이 되었을때는 삶의 무게를 역도에 담아 들어내며 견디는 선수로서, 허리부상을 입은 국가대표가 되어 마지막까지 그 무게를 들어오렸던 선수로서, 그 감동이 그대로 전해질 수 있었다.


    망가짐을 두려워하지 않았기에 소화할 수 있는 역할이었고, 진심으로 '박영자'라는 선수를 마음에 담았기에 해낼 수 있는 역할이었지 싶다. 작품을 21편이나 해오면서 그간 발하지 못했던 배우로서의 매력을 한껏 뽐낼 수 있던 작품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 영화를 통해, 역도 선수들의 사무치는 고난과 감동을 얻기도 하였지만, '조안'이란 배우가 주목받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2. 여전했다, '버럭범수'

    극중에서 부상으로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역도 전 국가 대표선수 이자, 시골학교의 역도부 코치님으로 등장하는 이범수는 여전히 '버럭 범수'였다. 물론 캐릭터 자체가 자신의 선수들에대한 표현이 약간은 무뚝뚝하고 엄한 설정이긴 하지만 다른 작품에서도 늘 봐왔던 '버럭 범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버럭'의 설정이 필요한 부분에서 나온 모습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다소는 일관된 '버럭'이 약간은 아쉬웠다. 물론 필자는 그런 '버럭'을 좋아하긴 하지만, 배우로서 표현력의 범위가 좁은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듯 하다. 같은 화를 내더라도 매 작품마다, 매 캐릭터마다 그 성격의 본질에 있어 차이가 있음이 분명할텐데 배역을 '이범수'란 배우 자신에게 녹이다보니 기본적인 성질이 다양할 수 없지 않았나 싶다.


    영화를 보는 내내 '외과의사 봉달희'에서의 '안중근'선생님의 모습이 자꾸만 겹쳤던건 비단 나만 그랬던 것일까? 어딘지 모르게 묘하게 닮은 구석이 '킹콩을 들다'에서의 '이지봉'에게 몰입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하지만 마음 씀씀이며, 화를 내는 모습,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속으로는 따뜻한 정이 흘러넘치는 캐릭터가 비슷해서 였을꺼라고 이해해 본다.


    #3. 영화 곳곳이 숨어있는 손발이 오글오글 대사들, 그속에서 감동을 느끼다.


    지금에 비해 시대적 배경이 다소는 옛날이고, 캐릭터들의 설정이 시골의 순박한 여중생들과 삶의 무게를 뼈저리게 느꼈던 역도선수라고는 하지만, 차마 그냥은 못들어 줄법한 손발 오글오글 대사들이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통에 울다가 웃다가 참으로 정신이 없었다. 이런 대사들의 차지가 100% 이범수의 몫이었다는점도 참으로 안쓰러웠다. 지나치게 정직한 대사들이어서 그런지 그냥 듣기 쑥스러운 대사들이었다.
    그치만 그런 대사들 사이에서도 명대사 또한 있었다. 예고편에서도 여러번 나왔던 대사인만큼 극중에서 들었을때 온몸에 전율이 들을만큼 멋진 대사였다.



    - 내일 너희들이 들어야할 역기는 너희들이 살아온 삶의 무게보다 훨씬 가벼울 거다.

    - 수많은 사람들이 금메달에 도전한다.. 하지만 동메달을 땃다고 해서 인생이 동메달이 되진않아..
       그렇다고 금메달을땃다고..인생이 금메달이되지는않아
       매순간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면.. 그자체가 금메달이야

    - 세상을 들고, 우뚝 일어서라

    '이지봉'이 하는 대사들은 적절한 곳에서 감동을 더하는데 큰 요소로 작용했다. 때문에 웃기도 하며 울기도 할 수 있는 영화가 되었다.
    누구나가 무거운 삶의 무게를 지고 살아간다. 때론 그 무게가 힘겨워 그 짐을 내려 놓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묵묵히 무게를 이겨내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세상 모두가 금메달을 딸 수는 없지만, 세상 모두의 인생은 금메달이 될 수 있다. 이런 메세지를 '역도'라는 운동을 통해 보여주었기에 심장이 묵직해지는 감동을 얻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꾸미지 않은 대사들이 운동선수들의 순박함과 만나서 관객들의 울고 웃기는 힘이 되었다. 촌스러움이 때론 관객에게 던져진 직구가 되어 도시적인 각박함에 매마른 감성을 움직이는 승부수가 된 것이다.


    #4. 우생순과는 다른 감동을 전한 킹콩.

    여태까지의 스포츠 소재 영화 중 가장 공감되는 감동을 전했던 영화를 꼽으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주저 없이 '우생순'을 꼽을 것이다. 그 이유는, 불가능해보였던 '노익장'이 있었기 때문이고, 실제로 전 국민을 가슴벅차게 했던 '실화'였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킹콩을 들다' 역시 '우생순'과 같은 감동적 요소를 지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감동의 무게는 분명히 달랐다. '우생순'의 감동이 비인기 종목인 핸드볼을 통해 보여줄 수 있던 그녀들의 마지막 절박함이였다면, '킹콩을 들다'의 감동은 핸드볼보다 더 비인기 종목인 역도를 통해 그녀들보다 훨씬더 절박한 소녀들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역도부 소녀들은 '우생순'의 아줌마들보다 더 무거운 무게의 삶을 짊어지고 있었기에 그 감동의 무게가 더 묵직할 수 밖에 없었다.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자존심'의 무게보다,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꿈'의 무게가 더 무겁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생순'의 그녀들은 핸드볼 선수로서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기위해 처절할만큼 힘겨운 마지막 경기를 뛰었다. 그랬기에 감동과 뭉클함을 전달했다. 하지만 '킹콩을 들다'의 역도소녀들은 모든것을 다 버리고 선택한 마지막 '꿈'을 이루기위해 그 무거웠던 삶의 무게를 역도에 담에 하늘 높에 들어 올렸다. 그랬기에 더한 감동과 묵직함을 전달 할 수 있었다.

    분명 두 영화는 비슷한 요소의 소재와 비슷한 요소의 감동을 전달할법 하다. 하지만 실제 극장에서 만난 '킹콩을 들다'는 '우생순'과는 확연히 다른 감동을 주었다.


    #5. 실화였기에 한번더 감동하다.

    '킹콩을 들다'는 실화에 어느정도 바탕을 두고 각색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실화랑은 다소 차이점이 여러군데 존재하는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극적 감동을 위해 각색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처음 영화를 볼때, 역도선수 '이지봉'이 젊은시절 역도하는 모습을 볼 때 '이배영'선수가 많이 겹쳐졌다. 실화라는 것을 모르고 봤을 때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던 '이배영'선수를 모토로하여 만든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실제 모델인 '정인영'감독이며 전북 순창고 여자 역도 선수들을 가르쳤다고 한다. 당시 순창고는 5명의 선수가 출전하여 15개 부문 중 14개의 금메달을 차지하는 기록을 남겼다. 순창고 출신의 남자 선수로는 '이배영'선수가 있다.


    정인영 감독은 역도 영웅 전병관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분이다. 정인영 감독은 본래 역도에는 문외한인 보통 체육교사였다. 하지만 전북 진안 마령중학교에서 역도부를 창설하고 그때부터 이론서적을 읽어가며 선수들을 훈련시켰다고 한다. 이때 그 학교에 전병관이라는 소년이 발굴됐죠. 그리고 2000년, 전국체전 순창고의 신화를 남긴 뒤 그해 뇌출혈로 작고하셨다.

    또 하나 실화와 연계되는 부분으로서는 '박영자'라는 캐릭터이다. '박영자'란 이름의 선수는 실제 역도선수로서 지난 2001년 전국체전 당시 전북체고의 48kg급에 출전해 3관왕이 된 선수이다. 이 선수 역시 순창여중 시절 정인영 감독의 지도를 받았고 전북체고로 진학해 여자 역도 유망주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이 선수는 베이징 올림픽 무대를 밟지는 못한 선수이다.



    이 사진들은 영화가 끝나고 엔딩자막이 올라갈때 나오는 사진들이다. 필자의 경우 이런 실화의 여부를 영화가 끝난 후 알았지만 이런 리얼리티의 소재들을 알고 이 영화를 본다면 좀더 다양한 감동의 포인트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6. 심장에 묵직함을 담고 돌아오다.

    사실 영화의 내용은 예고편이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단순하다. 역도에 '역'자도 모르는 소녀들과 평생을 '역도'만을 해왔지만 그에 배신당한 전 국가대표출신 선생님이 만나 보여줄 수 있는 뻔한 신파극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동안 웃고 울 수 있었던 것은 '뻔한'스토리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삶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기에 '킹콩을 들다'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다. 매순간 포기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내며 한걸음 한걸음 버텨가는게 인생이기에 뻔한 역도이야기는 우리에게 진정함으로 다가왔다. 역도라는 경기에는 경쟁자와 함께 달려야할 트랙도 없으며, 심지어는 경쟁자도 없다. 오직 스스로와 경쟁할 뿐이다. 인생 역시 그러하다. 겉으로 보기엔 끊임없이 수 많은 경쟁자와 치열하게 경쟁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속을 들여다보면 다른 누구도 아닌 스스로와 경쟁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무거운 삶의 무게 속에서, 결국 금메달을 만드는것은 자기 자신이다. 이 메세지를 '킹콩을 들다'는 이야기 하고 있으며 요즘같은 경제불황의 사회에서, 누구나가 다 힘든 현실 속에서, 모든 사람들이 포기하지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금메달 인생'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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