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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월,화 동시간대의 치열한 드라마 전쟁 통에
    시청률 1위의 기쁨을 차지한 드라마는 
    "공부의 신" 이다.

    둘째가라면 서러울 입시열 덕분인지
    황홀할만큼 달콤한 파스타의 유혹도,
    제2의 허준을 노리는 황정(박용우)의 열연도,

    공부의 신인 강석호(김수로)의 좌충우돌 입시트레이닝을 이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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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공부의 신"이 시청자들을 텔레비젼앞에 묶어두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지 않았나 싶다.



    "불편한 진실, 하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

    이것이 너도나도 모르게 시청자들을 하나둘씩 텔레비젼 앞으로 끓어들인 숨은, 혹은 잘 숨겨진 매력이다.
    "공부의 신" 이란 드라마는 얼핏보기엔
    시작하는 순간부터 끝이 뻔히 보일만큼 뻔하디 뻔한, 그렇고 그런, 유치한 학원물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하고 있으니,
    그 과정에 있어서는 일본틱한 과장에 막강 캐릭터들로 무장하여 비현실적이다 못해
    애들 장난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그리며
    현재 약 23%라는 시청률을 보이는 이유는 곳곳에 적당히 조화를 이루며
    드라마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성을 부여하는 요소들 때문이다.




    첫번째, 병문고의 모습을 보자.

    물론 다소는 심한 과장으로 표현되었다.
    세상에 어느학교가 병문고처럼 전교생이 하나되어 공부는 뒷전에 놀기바쁘겠는가,
    또한 어느 학교선생님들이 다같이 학생들을 이대로 방치시켜놓고
    다 학생들 탓이라며 나몰라라 하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어도 얼만큼은 그런다는 것은 사실이다.
    점점 학교는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하다.
    명문 강사들이 널린 학원에 학생들을 빼앗기고 있으며 갈수록 무서워지는
    학생들에 선생님들의 설자리가 좁아지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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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정 선생)
     - 교사란, 신성한 직업이에요
       시험이라는 물리적 가치로 평가될 수 있는것이 아니에요

    (강석호)
     - 그래서 이 학교 선생님들은, 교사라는 신성한 직업에 정말로 신성하게 복무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어짜피 안되는 애들 학교에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란 생각에 대충 진도나 나가고,
       수업시간을 매꾸고,
     애들이 이해하건 말건 녹음테잎 리플레이 하듯 기계적인 수업을 하지 않았습니까?

    분명 선생님이란 직업은 아주 오래전부터 그림자 조차 밟으면 안된다며 신성하게 여겨오던 것이다.

    하지만 현실을 돌아볼 때 현실은 어떠한가,
    과연 얼만큼의 선생님들이, 얼만큼의 선생님의 역활을 하고있는가 말이다.

    학교 선생님들은 수업하기 바쁘시지만, 바쁜것이 선생님들뿐이라는 것이다.
    학생들이 듣지 않는 수업은 누굴위한 수업이며 수업을 듣지 않는 학생들이 나쁜것인지 학생들이 듣지 않는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이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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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분명한건 병문고의 모습이 단지 드라마속의 픽션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바로 지금, 우리 주변의 학교들과 본질적으로는 다리지 않음이다.




    두번째, 수능이란 중요한 시합을 압둔 선수들이 되어야만 하는 입시현실이다.

    극중 강석호(김수로)는 자신을 선생님으로 부르지 말 것을 강조한다.

    (강석호)
    - 선생은 아무나 하는게 아니다
      감히 내가 선생님이라 불릴 자격 없다
      나는 오로지 너희들 다섯명을 천하대에 꼭 합겨시켜야 하는 입시트레이너일 뿐이다

      맘대로 불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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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은 그저 입시 트레이너에 불과하다고 한다.
    어찌보면 강석호란 캐릭터 자체가 학생들에게 공부랍시고 시키는 것들이
    오직 대학이란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된 과정들에 불과하니
    당연히 선생님이 아니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스스로가 말했듯이 선생님은 아무나 될 수 없으며 
    그저 지식이나 방법을 전달한다고 선생님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 입시현실을 볼때 학교의 선생님들은 모두 입시트레이너가 되어야만 한다.
    현 입시제도는 대학진학만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수능이라는 중요한 시합에 통과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가아니라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강석호)
    - 태권도, 수영, 축구, 어떤 종목이든 대표선수들은 시합을 앞두고 합숙을 하게됩니다
      우리 애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수능이라는 아주 중대한 시합을 앞둔 선수들입니다


    이렇다보니, 강석호란 인물이 말도안되는 학교에서 말도안되는 방법으로 애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단순히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저기 저 먼 나라의 남의집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주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세번째, 생각하지 마라. 순간적, 자동적, 기계적으로 문제를 풀어라, 그것이 수학이다.

    전설의 수학 선생님이라 불리는 차기봉 선생께서 하신말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불편한 교육관을 갖고계신 차기봉 선생을 모시기 위해
    강석호가 몇번이고 차기봉선생님의 집을 방문했을 때, 승낙 직전 했던 최후의 변이 더욱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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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봉 선생)
     - 허면, 내 교육방식을 전적으로 따르겠는가?

    (강석호)
     - 따르겠습니다.

    (차기봉 선생)
     - 주입식이야 말로 진정한 교육이다. 이 사상을 절대적인 정의로 존중하겠나?

    (강석호)
     - 존중하겠습니다

    주입식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이라니,
    학생들의 입장에서 혹은 꼭 학생들의 입장이 아닐지라도 입시지옥을 겪어봤던 수험생이라면
    다소 불편하게 들리지 않을 수 없다.

    수험생활을 보내는 내내 주입식 교육의 폐혜에대해 친구들과 삼삼오오 목소리를 높혀보지 않았던 고등학생이 몇명이나 될까 싶을 만큼 주입식교육에 대한 거부반응은 일상적이다.

    하지만 현 입시제도 하에 생각해 볼 때,
    입시란 관문을 통과하기에 "주입식 교육" 이야말로 표준적이고 모범적인 방법이다.

    수능은 결코 "능력"시험이 아닌 철저한 "암기" 시험이기 때문이다.
    누가 얼마나 많은 유형의 문제를, 혹은 얼마나 예리하게 집어난 유형의 문제들을
    많이 반복해서 풀어봤는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때문에 족보가 존재하며 "수능을 잘보는 방법"이 존재한다.
    신내림 받은 듯한 쪽집게 강사들이 활개를 치며 비법 노트랍시고 돌아다니는 예언가들의 문제집들이
    판을 칠 수 있는것이다.

    이러니 어찌 주입식 교육이 절대적인 정의라는 말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이에 연장선을 볼 때 위에서 수학에 대해 내린 정의 역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현실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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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기봉 선생)
     - 수학은 말이다. 이 머리가 아니라 몸! 이 몸땡이로 외우는 거야!

       잘들어라 수학이란 스포츠다
       국어나 영어는 대부분 문제속에 답이 있다
       허나, 수학은 머리속에서 짜내야 하는것

    (강석호)
     - 기본공식을 반사적으로 생각해내서 문제라는 공을 쳐 낸다

    (차기봉 선생)
     - 날아오는 공에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도록 만들어라
       생각따윈 개나 줘버려, 쌔리몸에 새겨넣어!
       잊지 마라, 눈앞에 문제는  
       순간적, 자동적, 기계적!
       노는 느낌으로 풀어야 한다. 이게 바로 수학이다

    (차기봉 선생)
     - 잘들어라. 골백번 풀어도 도통 모르겠는 아리까리한 문제들은 풀이를 외워!
        모르겠다고 좌절마라, 늦었다고 포기 말고, 안되는 문제는 외워! 외워! 외워!


    물론 실제 수학은 이런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는 학문이 아님은 분명하다.
    어찌 누가 수학을 암기과목이라고 한들 공감하겠는가.

    하지만, "입.시.수.학"의 경우는 달라진다.

    적어도 지금 한국에서 실시되고 있는 입시관문을 통과하기 위한 입시수학이라면 말이다.
    수능을 잘보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기계적 반응의 기계적 풀이이다.
    그 짧은 시간내에 원리를 되새김질해가며 수학의 매력에 빠져 즐기듯 문제를 해결할 여유따윈
    애초부터 요구되지 않았다.

    분명 입시수학이라면
     문제의 유형들을 풀고 또 풀고, 외우고 또 외운다면 훌륭한 성적을 아름답게 빛낼 수 있으니,
    이를 간파하여 전수하는 차기봉 선생이야 말로 전설적인 수학 선생님인 것이다.




    공부의신 다시보기


    이로서 크게 세가지 요소록 요목조목 집어본 결과,
    "공부의 신" 이란 드라마가 매력적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는 내내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은 마음에 인상이 찌프려졌겠지만
    동시에 "맞아" 라는 마음 속의 동조를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드라마는 분명 꼴지들도 열심히 하면 좋은 대학에 합격 할 수 있다 라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담고있는
    유치뽕짝의 드라마이다.

    동시에 빼도박도 못하는 입시현실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학생들,
    그리고 학부모들을 대변하여 현실을 꼬집어보고자 하는 발칙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물론 이 세가지 말고도
    누구하나 빼놓기 아쉬울만큼 완소 5명의 특별반 녀석들,
    얄밉게 맞는말만 골라서 큰소리 뻥뻥치지만 절대 미워할 수 없는 강변호사님,
    어리바리해도 학생들을 사랑하는 한선생님,
    그 외에도 적재적소의 캐릭터들 하며, 들을때마다 기분 좋아지는 OST 까지,
     
    따지고 들면 은근히 넘처나는 매력이 많은 드라마다.



    아직 수학선생님 밖에 등장하지 않은 시점에서 앞으로는
    어떤 황당한 선생님들이 어떤 황당한 철학으로 거지같은 현실을 시원하게 꼬집어줄지 흥미진진하다.

    최강 꼴통 학교의 사랑스런 완소 꼴통들이 어떻게 천하대까지 가게될지,
    앞으로의 그 행보 속에서 얼마나 많은 공감대를 형성해낼지 기대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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