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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에서는 그간 숨겨왔던 서로의 속내를 숨김없이 털어놓는 시간이 되었다. 자신의 마음이 다치치 않기위해 서로의 마음을 모른척 하느라 엇갈리기만 했던 서로의 자리를 분명히 하기 위함이었다. 또한 찬란한 유산답게 유산을 둘러싼 본격적인 전쟁시 시작되었다. 과연 그 찬란한유산을 갖게될 것인가, 할머니의 해임문제가 생각지 못했던 인물에 의해 좌우되게될 판이 되버린 것이다.


    어쨋든 먼저 네사람이 각자의 자리를 찾기위해 시작된 교통정리는 승미와 환이 사이에서 먼저 터져버렸다. 그동안 옆에있는 승미가 그저 애처롭고 안쓰러워서 한없이 보호만 해주고 싶었기에, 그녀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른척 지나갔던 환이었다. 하지만 더이상은 그럴 수 없기에 환이는 승미에게 안녕을 선언한다.
    흥미로웠던 점은 그 상황이 매우 논리적이고 근거가 타당했다는 점이다. 환이에대한 사랑이 막무가내였기에 그 어떤말도 통하지 않을것 같던 승미를 더이상 할말 없이 만들어 버리는 환이의 모습은 여태까지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 보였다.


    (환)
    그래, 너는 처음 만났을때 그렇게 알게되서 그런지 잘해주고 싶었어
    항상 애처롭고 보호해주고 싶고 그랬어
    지금까지 나 누구 좋아해본적 없다.
    그래서 니마음이 어떨까 깊게 생각해 본적도 없어
    그렇다고 아예 몰랐다는건 아니야
    그냥 편하고 익숙해서, 그동안은 그랬는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됬다.

    (승미)
    은성이 때문에? 은성이가 좋아서?
    오빠 은성이가 누군지 몰라? 어떻게 은성이 때문에 난 아니라는 이야기를 해?
    은성이하테 무슨말을 대체 어떻게 들었길래 나하테 이래!

    (환)
    은성이하테 들은말 없어
    들은 말은 없지만 너하고 니 어머니가 은성이에대해 했던 말들이 100%진실은 아니라는건 알아
    그렇다고 100%거짓이라고도 생각 안해 내가 아는 니가 있으니까,
    내가 봐왔던 니가 있으니까

    (승미)
    그게 무슨말이야?

    (환)
    니가 잘못 말했던 부분은 니가 먼저 수습해줬으면 좋겠다

    (승미)
    뭘.. 뭘 수습해? 은성이하테 들은것도 아니라면서
    오빠 나하테 왜이래?

    (환)
    내 기억이 말해줬어.
    니방에 갔을때 내 사진올려놨던거 그집 이사와서 처음이었다고 했던것도 생각나고 정이 생일날 갔던 클럽 기억하지
    아줌마 편찮으셔서 너 갑자기 가버린날, 그날 너 가고 나서 고은성 나하테 엄청 당했어, 가방때문에
    내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면, 내 가방 유승미 집에 두고나왔다고 그랬겠지
    그땐 은성이가 우리할머니를 만나기 전이었으니까, 내 얼굴 알면서 모르는척 그렇게 당할 이유가 없었을때야
    너하테 전화하려던 은성이 핸드폰은 내가 망가트렸고 그즘에 넌 핸드폰 번호 바꿨어.
    연락을 끊은건 은성이가 아니라 너였어
    니가 내가 아는 유승미, 너 답게 정리했으면 좋겠다

    어찌보면 참 치사한 이별 선언이다. 그 이유를 일일히 나열해 주는 모습이, 여태까지 드라마에서 봐왔던 속내모를 이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환이 다운 모습이기도 했다. 늘 헛튼 말은 안하던 환이었기에 이별에 있어서도 '그냥'이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단순히 감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고 스스로를 변론하고 있다.
    반면 승미는 감정적일 수 밖에 없다. 죽기보다 싫었던 자신의 행동을 들켜버린 승미는 더 이상 환을 잡을 어떤 카드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승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감정에 호소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다.


    (승미)
    만약에 내가 한말이 다 거짓말이면 어떻게할꺼야? 그럼 넌 나쁜애니까 그러고 은성이하테 갈꺼야?
    오빠 은성이하테 가고 싶어서 지금 핑계찾아?

    (환)
    니 마음을 받아 줄 수 없다는 말을 하는거야
    가고 싶지만 너 이대로 두고는 못간다는거 알아

    (승미)
    늦었어, 늦어도 너무 늦었어
    오빠 정말 이기적이다. 오빠 아니면 안되게 만들어 놓고 이성에 눈뜨고
    처음 만난사람이 오빠야.
    우리 생일때도 매번 같이 보냈고, 크리스마스때도 오빠 아플때도, 오빠 졸업할때도 오빠 미국들어갔을때도
    오빠 옆에 두구서 오빠만 바라보게 해놓고, 이제 와서 나 좋아해줄 수 없으니까 단념해라
    그럴 수 있어? 그것도 다른사람이 아니라 고은성 때문에?
    왜 하필 은성이야? 차라리 나하테 죽으라그래

    결국 승미의 사랑은 세월이 만들어낸 습관이란 말을 스스로 해버린 셈이 되었다. 1급수에서 살던 물고기가 4급수에 들어가면 죽게 되듯, 승미에게 1급수 물이 되어줬던 환이가 없이는 죽을 수 밖에 없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동안 늘 함께 있었기에 앞으로도 함께 있어야만 함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승미의 말문을 탁 막아버렸던 논리적인 환이의 변론에 비해 한없이 설득력없는 호소에 불과했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두사람이 있다.


    승미와 환이의 1차전이 끝나고 곧이어 준세와 은성의 2차전이 시작된다. 망치하나를 들고 나타난 은성은 준세에게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야만 할 때임을 말하러 온 것이다.

    (은성)
    그때 얘기했던 크루즈 레스토랑이요. 아무래도 못하겠어요.
    은우 못찾고 멀리 떠나는 것도 그렇고, 오빠하테 자꾸 신세 지는 것도 그렇고

    (준세)
    내가 부담스럽단 말이니?

    (은성)
    오빠가 부담스럽다는 말이 아니라, 미안해서요
    은우 찾을때까지 기다려도 된다고 했던 그 약속 지킬 자신이 없어요

    (준세)
    내 마음이 부담스러운 거구나, 환이 때문에
    넌 아니길 바랬는데, 환이 혼자 마음이길 바랬는데, 왜 환이니? 왜 하필 환이야?
    나보다 너하테 더 잘해주구 챙겨주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사람도 아닌데,
    맘놓고 사랑할 수 없는 환이야 왜.

    (은성)
    그사람하고 뭘 어쩔려고 이러는건 아니에요
    저는 오빠하테 받으면서 미안하지 않았어요, 고마웠지.
    이런 미안한 마음이 아니었는데

    사랑하는 사람들은 닮는다고 했던말이 맞는것도 싶다. 은성은 어느새 환이와 여러모로 비슷한 부분이 많아졌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을 그저 옆에 두는 것도, 그 옆에 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이유도 말이다.
    은성과 환이 모두 옆에있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이유가 두사람이 뭘 어째보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그전까지는 없었던 미안한 감정에 대해 솔직해 지기위해 옆사람을 떠나보낸 것이었다.


    이별의 아픔은 어쩔수 없었기에, 늘 은성의 마음을 생각해서 자신의 마음을 꾹꾹 참아왔던 준세마져 터트려버렸다. 은성이를 위하는 것만이 그의 사랑이었기에, 바라만보다 놓쳐버린 사랑에 한없이 스스로가 미워지는 그였다.

    (준세)
    그동안 너 지켜만 보면서, 난 괜찮았는줄 알아?
    니 상황이 너무 안좋으니까, 해줄 수 있는거 하면서 널 지켜보는게 널 위한거라고 생각했어
    힘든 사람 여유 없는 사람에게 내 맘까지 부담주지 말자
    이렇게 다가오고 표현하는 사람한테 흔들릴줄 알았으면, 나도 가만히 있지 않았어

    (은성)
    그래서가 아니에요,
    그냥 나도 모르게 이렇게 되버렸어요

    (준세)
    너 그런거 모르지
    화낼 자격 없는게 화나는거, 안을 자격 없는데 안고 싶은거 멀어져가는 사람,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봐야하는거

    (은성)
    미안해요

    (준세)
    야 인마, 난 지금도 니가 걱정되
    어쩌면 좋니, 우리들

    하자만 분명 준세의 사랑도 승미의 사랑처럼 뭔가 어긋나있는 것이었다. 준세는 환이가 은성의 마음을 얻게 된것이 그저 자신을 솔직히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랬기에 자신의 행동을 자책했다. 하지만 은성의 말대로 사랑이란게 상대방이 어떻게 한다고해서 생기는것이 아니다. 그저 나도 모르게, 어느샌게 마음에 담아져버리는게 사랑이기에 은성은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두사람의 교통정리도 끝이 나자 마지막으로 은성과 승미의 교통정리가 시작된다. 삶의 전부였던 환이를 잃은 승미는 갈길을 잃고 은성을 찾아온다. 그동안 바라봐오던 이정표가 사라졌기에, 그 이정표를 거져가버린 은성에게 자신의 길을 물으러 온 것이다.


    그치만 더이상 옛날의 은성이 아니기에 은성은 승미에게 어떤 방법도 되어주지 못한다. 이전의 은성이라면 승미가 이처럼 울며 매달릴때 자신의 아픈 마음을 꾹한번 부여잡고 도와줬을법 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지난화에서도 봤듯이 냉정한 눈빛과 냉정한 말투로 일관하는 은성은 캔디소녀였던 은성과는 달랐다.

    (은성)
    너, 나한테 어떤 말할 자격도 없어

    (승미)
    너라면 어땠겠어? 다 말했겠어? 엄마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니 아빠 보험금 가로채고 너 내쫓았다고
    환이오빠하테, 아줌마하테, 할머니하테 말했겠어?

    (은성)
    말했을거야

    (승미)
    그러니까, 너하테 오빤 그정도자나
    넌 그사람 없어도 살 수 있지나

    (은성)
    그럼 넌 죽어?

    (승미)
    양심도 뭣도 다 버리고 내가 너하테 한 짓을 봐, 오빠가 너하테 가면 내가 어떻게 사니 은성아
    차라리 정말로 그런애라고 믿고 싶었어
    오빠네 가족들 앞에서 너 그렇게 만들어 놓고 니 앞에서 미안하다 어쩔 수 없었다 도저히 그럴 수 없었어

    (은성)
    그래서 되려 나하테 그렇게 잔인하게 굴었어?

    (승미)
    어짜피 할머니하고 오빠는 너 믿잖아, 그게 얼마나 비참한줄 알어?
    부탁할께 은성아, 너만 없으면 오빤 안떠나

    환이가 자신을 떠난것이 은성이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승미. 물론 결과적으로는 환이가 은성을 사랑했기때문에 승미를 떠난것이지만 한번도 환이는 승미를 사랑한적이 없었다. 그저 안쓰러운 동생이었을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승미는 이것까지 은성의 탓으로 돌리려 하고있다. 그랬기에 껍데기뿐인 환이라도 가지고 싶어한다.
    승미의 사랑은 사랑이 아닌 집착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승미가 원하는 것은 선우환이란 사람 자체일 뿐이다. 공기가 없으면 사람이 숨을 못쉬듯이, 그저 숨을 쉬고 살기위해 옆에 선우환이 필요한 것이다.


    (은성)
    내가 그 부탁을, 들어줄꺼라고 생각해?

    (승미)
    오빠가 너하테 가면, 난 죽을꺼야 니앞에서,
    그러니까 오빠가 너하테 오더라도 니가 막아줘

    (은성)
    너 죽어도 상관없어
    내가 무슨 상관이야? 니가 나하테 뭔데?

    (승미)
    살려줘 은성아, 살려줘,
    나 이제 어떻게 해야되? 너라면 어떻게 하겠어?

    이에 냉정하게 돌아서려던 은성은 승미의 마지막 보루에 무너지고 만다. '살려줘'라는 한마디에 그토록 냉정하고 싶었던 마음이 철렁한 것이다. 아마도 승미의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그저 '사랑'이라는 명목하에 도저히 용서될 수 없던 행동을 하는 파렴치에 불과했던 승미였다. 하지만 선우환에 대한 마음만큼은 모든것을 떠나 정말 절실했음이 전해졌기에 은성은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미워죽겠는데 미워할 수 도 없게 만들어 버리는 승미가 원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이렇게 네사람의 교통정리는 끝이 난다.
    서로의 마음을 알게되버린 네사람이 앞으로 가야할 길을 비단 감정적인 문제만이 아니다. 떠나버린 환이를 잡기위해 승미가 꺼내든 비장의 카드로 인해 준세가 어떻게 변할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그저 감정싸움만이 아닌 현실적인 물질을 놓고 공방전을 벌이게 되었다.


    어느새 문자 하나만으로도 웃음이 절로나는 두사람 사이에 만만치 않은 장애물들이 줄줄히 놓여있다. 은성의 옆에 있었을땐 한없이 든든한 지원군이었던 준세가 더이상 은성의 편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준세에 비해 은성을 지켜주기엔 한없이 약한 남자 환이와 함께 백성희 일당(?)과 한패가 될지도 모르는 준세와 부딪히기엔 앞으로도 갈길이 첩첩산중이다.


    과연 준세가 어떤 선택을 하게될지가 다음화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다.
    나쁜 남자로 변한 준세 또한 새로운 매력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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