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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란한 유산 23화에서는 장숙자 할머니가 뇌출혈로 쓰러지시자 판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백성희와 박태수의 쿵짝이 시작된 것이다. 이 둘의 쿵짝은 매우 은밀히 진행된다. 사실, 누구 하나 특별히 숨기며 진행한 것은 아니었다. 워낙에나 회나돌아가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전부였기에 별 무리없이 스리슬쩍 진행된 것이다.



    물론 23화의 포인트는 이 둘이 계략을 준비하는 과정이 아니다. 바로, 끊임없이 네사람, 환이, 준세, 은성, 승미가 눈물을 흘리며 각자가 갈길을 정하게됬다는 것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였다.

    23화 내용자체는 별다른 전개가 없었다. 각자의 갈림길에 서있는 이들이 방향을 정했을뿐 특별한 사건이 터진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폭풍전야같은 시간이었다.

    또한 환이가 본격적으로 회사에 개입하게된 계기이기도 하다. 여태까지 할머니만 믿고 있었기에 경영사정따윈 별 관심도 없던 환이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경영상황에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한다.
    그동안 할머니가 바래왔던 환이의 아버지스러운 늠름한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박태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애송이따위가 회사 경영에 관심좀 가졌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환이의 말은 가볍게 즈려밟아 주시고 할머니 몰아내기 작전에 본격적으로 착수하기 시작한다.

    한편 백성희 역시 안팍으로 대단한 활약을 보여준다. 왠만한 사업가보다 뛰어난 기질로 박태수를 서포터하는가 하면 알뜰한 살림꾼으로서의 장점도 유감없이 발휘한다. 때가 때인만큼 딸의 행동 처신까지 신경쓰는 백성희야말로 슈퍼엄마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사건을 오직 딸을 위해, 물론 돈을 위함도 있겠지만 어쨋든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딸이기에 잘못된 모성애가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이다.


    결코 한순간도 그냥 넘기지 않는 예리함, 어떤 순간이든 기회로 만들어 버리는 노련함은 정말 놀람을 금치 못했다. 또한 앞으로 닥칠 미래에 대한 대비책도 참으로 다양하게 준비해놓는 모습이 영락없는 프로 사기꾼이었다. 이런 반면에 은성아빠 문제를 처리하는 방식을 보면 약간의야하기도 하다. 은성아빠와 동생 은우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임시방편적인 거짓말로 일관하는게 아닌가 싶다. 서울 한복판에 은성아빠를 대책없이 방치(?)하는가 하면 은우찾기는 어느샌가 기억의 저편으로 보내버린듯 하다.

    덕분에 이런 틈이 곧있음 끝이날 마지막에 결정타로 작용할 수 있는 히든 카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짜피 보험금 문제에 대해서는 서류상으로는 완벽하게 준비해놨을 것이 뻔하기 때문에, 은성이가 소송을 하든 뭘하든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을것임에 분명하다. 즉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산 증인, 고평중의 등장일 것이다.

    어쨋든, 할머니의 병을 두고 시작된 머리싸움은 아직까지는 백성희-박태수의 흐름대로 진행되고 있는듯 보인다.

    이제 본격적인 관전 포인트인 눈물의 향연을 살펴보면 23화만큼 정말 네사람이 모두 애처로워 보였던 적은 없었던것 같다. 가장먼저, 사형성고를 받은 박준세의 눈물이다.


    미안해요...

    - 뭐가

    그냥, 이것 저것 미안해요

    - 하... 싱겁게..

    고은성의 옆에서 늘 좋은 오빠, 힘이 되주는 오빠, 버팀목 같이 든든한 오빠로 일관해오던 박준세. 그런 그에게 '미안해요'란 말은 사형선고나 다름 없다. 사랑하는 여자입에서 미안하다는 말이 나올 때 남자는 더 이상 여자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음을 의미한다. 애써 모르는척 아닌척 해보려 하지만 이미 은성이 자신에게서 떠났음을 직감하는 순간이다.

    그저 자기 생각이 틀리길 바라면서 돌아서는 '그'이다.


    모르는척, 아무렇지도 않은척하는 준세를 보는 은성의 마음 역시 편하지만은 않다. 은성 역시 사랑을 하고 있기에 준세의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기에 한없이 미안하기만 하다. 늘 도움만 받아왔고 그 도움을 당연한듯 생각해 왔던 자신이 참 못된아이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동물은 늘 그렇듯 이기적이기에, 그것이 본성이기에 이미 자신이 마음에 담은 사람이 더 소중하기 마련이다. 마음에 담은 사람을 버릴 수 없기에, 결국 타인의 아픔은 모른척 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전개에 있어 박준세의 행보는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해답을 박준세가 쥐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은성의 아빠와 접촉하는 거의 유일의 사람이며, 은성의 사정을 전부 알고 있기에 그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은성은 파렴치한 사기꾼이 될 수 도, 계모와 의붓언니에게 구박받던 착한 콩쥐가 될 수 도 있다.
    물론 여태까지의 준세의 행보를 보면 당연 결정적인 순간에 은성의 손을 들어줄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그의 아버지인 박태수의 압력과 환이에대한 질투심때문에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일련의 소문에 따르면 막판에 가서 준세가 '악'의 한축이 된다는 소문도 있기에 앞으로의 태도를 어떻게 취할지 흥미진진하다.

    다음으론 할머니로 인한 두 남녀의 눈물이다. 환과 은성의 눈물. 물론 둘이 흘린 눈물의 의미는 조금 차이가 있다. 은성의 경우 자신을 알아봐준 할머니께 자신이 파렴치한 사기꾼으로 기억되는 것에대한 안타까움과 죄송함이다. 할머니가 배신감을 느낀채 떠나실지도 모른다는 것에대한 죄책감에 흘리는 눈물인 것이다.
    반면 환이의 경우 그동안 할머니께 잘못했던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눈물이다. 철이 없던 자신을 떠올리며 본심과는 다름게 철부지로 살았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참회한다.
    즉, 은성의 눈물이 할머니가 느꼈을 배신감에 대한 죄책감의 눈물이라면 환이의 눈물은 자식된 도리로서 그간 효를 다하지 못한것에대한 죄책감의 눈물이라고 할 수있다.


    물론 이 계기로 두 사람은 좀더 솔찍한 서로의 마음을 보인다. 적극적으로 의도되진 않았지만 그저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자연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보여준다. 더이상 일부로 막지도 외면하지도 않는 것이다.
    은성 역시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환이의 마음이 고맙기만 하다. 또한 혼자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기에 그저 모른척 감싸주기로 한다.


    (은성)
    할머닌 나하테 마음을 주셨는데, 그 댓가가 너무 혹독하자나요
    난 아닌데, 아니라는건 알고 가셔야죠

    (환)
    지금 너나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 것도 없어
    할머니가 일어나시든 떠나시든 우리 할머니하테 달려있어 
    그러니까 울지마, 할머니만으로도 힘든데
    내가 널 위해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놈이라는 것 까지 느끼게 하지마

    마냥 캔디소녀였던 은성이 자신의 마음에도 솔찍해지는데는 역시 승미와 그의 엄마가 한몫을 단단히 했다. 마냥 정많고 착하기만 하던 은성이 이제는 자신의 마음부터 챙길줄 알게됬기 때문이다. 동시에 많이 냉정해지기도 했다. 무슨일이 생기면 분에 못이겨서 혹은 억울하지만 화를 낼 수 없는 착한 천성(?)때문에 울기만 했지만, 이제는 많이 달라졌다.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는 '악'에 대해 대항할줄 아는 능동적인 캐릭터가 된 것이다. 이것이 또한 찬란한유산이 점점 재미있어지는 이유라고도 할 수 있다.
    여태까지의 드라마 포맷을 보면, 여자주인공은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더 스스로 할줄 아는 것은 없는 천상공주형으로 흘러가기 마련이었다. 모든 고난과 힘든일은 남자주인공이 도맡아 이겨내고 맞써싸우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찬란한유산'은 이런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선우환은 시종일관 돈은 많은 재벌집이긴 하지만 특별한 능력도 힘도 없다. 그저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평범한 남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은성은 점점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현실성을 갖는 캐릭터가 되어간다. 남자주인공인 선우환의 도움이 아니어도 사태를 해결해나갈 수 있는, 물론 박준세라는 인물에게 대다수 도움을 받긴 하지만 어느정도의 주도권을 쥔 여성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은성)
    니가 뭔데 나하테 가라 마라니?

    (승미)
    여기 이러고 있으면 너 고생 스럽고 사람들 맘 불편하자나
    너때문에 회사도 엉망이고 가족도 편치 않아하는데 뭐하러 자꾸와?

    (은성)
    아니 난 할머니 얼굴 보고 싶을 뿐이야.
    할머니 얼구 한번만이라도 보고싶을 뿐이라고

    (승미)
    니가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 눈에는 할머니 돌아가시는 사람으로밖에 안보여 은성아

    (은성)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게 생각하는건 아니야, 날 믿는 사람도 있어

    (승미)
    니가 할머니랑 알면 얼마나 아는 사이라고 이래?

    (은성)
    오래안다고 정이 깊어지는거 아니야
    너하고 니 엄마가 증거자나

    그간 은성에게는 보기 힘들었던 싸늘한 눈빛과 싸늘한 표정, 그리고 할말을 모두하는 냉정함까지, 분명 이전의 은성과는 많이 달라진 모습니다. 박수도 손바닥 두개가 맞부딪혀야 소리가 나듯, 이제야 비로서 은성과 승미모녀간의 싸움에 소리가 나게된 것이다. 일방적으로 볼아붙였을때는 싸움이 아니라 폭행수준이었다. 폭행은 '악'이 지나치기에 보는 이로 하여금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면, '싸움'은 다르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것이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고 하듯, 이제야 비로서 '싸움'이 시작된 양쪽의 상황은 시청자에게 흥미요소가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기까지의 바탕을 마련해주던 23화는 분명 어딘가 지루한면이 없지않아 있었다. 시종일관 초상집이었던 내용을 너무 장황하게 풀어놓는 바람에 긴장감이 없어진건 사실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전개에 있어 없어서는 안될 부분이었기에, 대의를 위한 희생쯤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할머니가 깨어나시고 앞으로 돌아가게될 상황은 흥미진진할 것으로 보인다.
    장숙자 할머니가 회사를 지키는 모습과, 은성과 환의 예쁜 모습, 그리고 우루루 터질것으로 예상될 은성의 동생인 은우의 존재와 살아계신 아버지의 사건.
    이 모든것들이 한번에 터질 것으로 보이기에, 처참이 몰락할 백성희의 모습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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