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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화의 1/3은 1화때의 장면이었고 나머지 1/3은 시간흐름을 맞추기위해 자명고가 탄생되고 알려지기까지의 이야기들이었고, 마지막 남은 1/3의 할당량은 자명과 라희, 호동이야기였다.
    어디 한구석 새롭거나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없었으니 이는 김빠진 콜라요, 앙꼬없는 찐빵이었다.

    조기종영때문에 중간부분 짤라먹고 급하게 땡기더니, 결국 균형을 잘 못맞춰서 이제는 어이없이 늘리기 한판 승부 들어가신듯 하다. 이럴바에는 중간에 자명이가 자신의 근본을 알고, 낙랑으로 돌아와 자신을 입증하기 위함부터 신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보다 친절히 풀어주는 것이 구성면에서 훨씬 완성도가 높았을듯 싶다.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자명이를 신녀로 만들며 벌어놨던 시간들을 고작 라희의 땡깡과 이미 시작부터 다 보여주었던 자명고 신물만들기 작전따위에 쓰다니, 어이가 없을 뿐이었다.
    앞으로 남은 4화 역시 이런식으로 끼워맞추기 놀이식의 전개라면 결국 자명고는 '조기종영이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드라마로 남고 말 것이다. 결말을 공개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함이 마땅한데 이렇게 나몰라라 해버린다면 그동안 자명고를 봐왔던 시청자들에대한 배반이 아니면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배우들의 표정연기, 감정연기가 무르익었다고는 하나, 이를 보여줄 연출의 완성도가 점점 더 안드로메다식으로 전개되니 애청자의 입장으로서는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다.


    어찌되었든, 드라마 줄거리로 들어가자면 이번 35화에서는 본격적인 자명고 신물만들기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소위 '스파이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자명고의 체계를 정비하고 이를 알리는 과정이었다. 이에 양념간 하듯 살짝쿵 호동과 자명의 밀고당기기와 이를 지켜보며 점점더 질투의 화신으로 변해가는 라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자명고 신물만들기 프로젝트는 말 그대로 줄거리상의 전개의 일부일뿐, 흥미거리의 요소가 되지는 못했다. 아시다시피 1화에서 자명고가 스스로 울리는 시스템까지 모두 공개되버린 터이니 어느 한부분 새로울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볼만한것은 그간 잘 참아왔던 호동이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호동은 뿌쿠와의 말싸움에서 휘말리지않기 위해 골똘히 몇번이고 생각한 뒤 뿌쿠를 찾아간다. 자신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무엇을 알고싶은 것인지를 명확히 하기위해서 말이다.

    사실, 호동이 본격적으로 뿌쿠에게 눈이 뒤짚혀 패수를 시냇물 건너듯 건너다니고, 이를 갈며 낙랑을 치겠다고 덤벼들었을때부터 호동의 마음은 시청자들은 물론이며 호동 조차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분명 낙랑을 치겠다고 마음먹게된 것은 대장군의 아내가 된줄알았던 뿌쿠를 뺏기위해 낙랑을 얻고자 함이었다. 하지만 2년간 졸본에서 도를 닦으며 라희에게 끊이없이 립서비스를 하는 모습을 보고있자면 뿌쿠고 뭐고 그저 '고구려의 왕'이 되고자하는 간사한 왕자로밖에 보이지 않을때도 있다.

    물론 두가지 모두가 호동의 희망이긴 하다. 뿌쿠를 얻고픈것은 물론이요 고구려의 왕이 되기 위함이기도 하다. 동시에 두가지 모두를 가질 수 없는 것을 동시에 탐하고 있기에 스스로 조차도 헷갈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둘중 어느 한가지에 가까워지고자 하면 다른 한가지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지는 것이 당연한데 이를 깨닫지 못하니 매 순간순간 갈대가 흔들리듯 중심을 잡지 못하다.

    (호동)
    내 어머님의 유품을 버렸는가

    (자명)
    네, 이 신녀를 희롱하러 오셨다면 그만 가주십시요

    (호동)
    자명고를 한번 보겠습니다.

    (자명)
    왕자님은 신물을 칭견할 자격이 없습니다

    (호동)
    자격은 충분할텐데요, 신녀님과 이 호동 특별한 인연이 있지 않습니까
    옛정을 생각해서 한번 보여주시지요

    이쯤만 보면 호동은 고구려의 왕이 되고픈 자로서 이에 걸림돌이 되는 '자명고'에대한 실체를 알기위해 뿌쿠를 찾았다 할 수 있다. 또한 뿌쿠 역시 라희처럼 그저 '사랑'이란 이름을 빙자하여 이용하는 듯한 늬양스를 풍긴다.
    자신을 버린 여자에대한 미움과 애증이 이런식으로 사용될 수 있음은 당연한 것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내 호동은 자신의 마음을 헷갈리고 만다.
    '자명고'의 실체를 알고자 하는 호동과 뿌쿠가 떠난 이유를 알고픈 호동 사이에서 흔들리고 만 것이다.

    (자명)
    왜 그토록 보고 싶은 것입니까

    (호동)
    화가나서요
    날 버리고 까지 니가 택한게 자명고 아니냐
    얼마나 대단한 북이길래 이 호동을 밀어낸 것인지 그 실체를 확인하고 싶어서

    (자명)
    괜한투정 부리지 마십시요

    자명의 말대로 투정을 부리는 호동이다. 차라리 미워했다면 목적을 위해 라희처럼 이용해버리면 그뿐인 것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답답할법도 하다.
    참다 못해 달려온만큼 자신의 마음을 비교적 솔찍하게 털어놓으며 투정을 부리는 반면 냉정한 표정으로 계속하여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뿌쿠를 보고있자니 그 답답함이 오죽하겠나 싶다.


    (호동)
    꿈인지 계시인지 고작 그 하나때문에 날 버렸단 말이냐

    (자명)
    나가시라 했습니다

    (호동)
    자명고가 보고싶었던 것인지, 자명고의 주인인듯한 널 보고 싶었던 건지 여기서있는 지금도 난,
    내맘을 잘 모르겠는데, 참 고요해 보이십니다 신녀님

    (자명)
    조용하고 고요할 수록 들 끓는게 사람 마음입니다.

    (호동)
    뿌쿠야

    (자명)
    신녀들이 올시간입니다 그만 나가주십시요

    나즈막히 불러봐도 끄떡없는 그녀이다. 무언가 좀더 속내를 말하려는 듯한 '뿌쿠야'라는 한마디를 단칼에 잘라버리는 그녀는 어쩌면 더 솔찍한 호동의 속내를 들었다가는 들끓는 자신의 마음 또한 주체하지 못할것을 알아차렸는지도 모르겠다. 이를 보면 자명과 호동, 라희가 각자의 도를 닦던 2년의 시간동안 가장 많은 업을 이룬것은 자명이지 싶다.

    그토록 솔찍하고 마음가는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던 뿌쿠가 어느덧 태어날때부터 왕, 또는 태녀로서 길러진 두 남녀보다 훨씬 더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자명) 왕자님이 내 눈앞에 보이지 않았을때 그때만 애써 고요할 수 있다는걸 당신은 모릅니다

    어쨋든 2년간 가장 열심히 수련한 자명이 덕에 호동은 목숨을 구한셈이 되었다.
    고의는 아니었겠지만 어째든 자의에의해 호동과 뿌쿠의 대화를 엿듣던 라희가 떡하니 버티고 있었으니, 이보다 진도를 더뺏다면 호동의 그간 노력은 물거품이 될뻔 했으니 말이다.


    모르긴 몰라도 신당의 입구자리가 엿듣기에 최적의 장소인듯 하다. 자명과 라희가 신당에서 투닥투닥 다툴때도 원후마마께서 요 자리에 서서 둘의 대화내용을 엿듣더니, 라희 또한 바로 배워 써먹는걸 보면 말이다.
    어쨋든 질투의 화신이 되어버린 라희에게 조금이나마 자명에 대한 마음을 내비쳤던 순간을 들켰으니, 호동왕자는 또 다시 립서비스하기에 여념이 없다.

    여기서 그 동안 호동의 립서비스에 홀딱 넘어가기만 했던 라희와는 또 다른 라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간 보여진 바로는 그저 '사랑'이란 명목하에 호동의 모든 행동을 자기 좋을대로만 봐버리는 철없는 라희였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두사람의 마음을 알아버린 라희는 자신의 진짜 마음을 알게되버렸다. '사랑'이라 말하지만 그 사랑은 호동과 자명이 나누는 사랑과는 또 다른 것임을 말이다.

    (라희)
    날 만나러 온 게 아니라 뿌쿠를 만나러 온 건가요?

    (호동)
    왜 남의 말을 엿들어 자기 마음을 들볶느냐?

    (라희)
    대답해 줘요. 

    (호동)
    내가 뿌쿠를 버린것이 아니라, 뿌쿠가 나를 버렸다.

    (라희)
    아직도 사랑하나요?

    (호동)
    사랑이니 뭐니 그런게 아니야. 남잔, 자기를 버린 여인을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할 수 없기에
    그 그림자가 가슴에 조금 남아있는거야. 아직도 나에 대한 믿음이, 불안하냐?

    (라희)
    어른이 되면서 우린 많은 것들을 필요로 해요. 그 중에서 난 사랑이 제일 절실했나봐.
    사람을 마음에 담게 되면 기대가 커지고,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으면 좋다, 밉다, 증오한다, 많은 감정들이 오가지.
    그리고 그 감정의 선을 넘어서면 그 땐 이미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가는 중요치 않아져요.

    (호동)
    그럼 뭐가 중요하냐

    (라희)
    내가 누구를 사랑하는가.
    이 라희가 호동을 사랑하는 것, 그것만이 중요해져

    라희는 모든것을 다 가지고 누리며 살아왔다. 태녀의 자리도, 백성들의 사랑도, 또한 어머니 아버지의 사랑까지도 말이다. 하지만 어릴적 라희가 원후마마의 '자명'에 대한 사랑을 알게된 순간 라희는 사랑에 결핍된채 성장해 왔다. 늘 언젠가 '자명'이 나타난다면 가장 가까이서 자신을 사랑해주던 어머니를 잃게된다는 두려움에, 또한 원후마마인 어머니가 자신에게 주는 사랑이 '라희'를 위한 사랑이 아닌 '자명'에게 못해준 사랑임을 알기에 라희는 '사랑'에 허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런 허전한 마음을 호동에게서 찾고자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라희에게 호동이 자신을 사랑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자명을 사랑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을 '자명'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남은 것은 '호동' 하나뿐이기에 말이다.

    이로서 또 한번의 마찰은 일단락 된다. 서로의 마음을 숨기고, 또한 서로의 마음을 진실되게 털어놓으면서 셋은 점점 더 빠져나올 수 없는 관계의 고리속으로 옭아매 졌다.


    다음주의 예고를 보니, 세 사람의 관계에 왕홀대장군까지 본격적으로 가세할 듯 싶다.



    어짜피 사극적 요소는 김빠진 콜라가 되었으니, 그나마 자명고가 살 길은 네사람의 견고한 러브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얼만큼이나 타당성 있게 네사람을 엮어 내느냐에 따라 그 판도가 달라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부분에 공개되었던 영상들의 나열을 줄이고 그 사이에 연결고리를 위해 찍어진 장면들의 할당을 줄여야 할 것이다. 대신 네 사람의 각각의 감정선을 살리는 동시에 호동이 좀더 아슬아슬한 수위로 자명과 접촉하는 모습이 연출되야 한다.이를 바라보는 라희는 날카로워야 하며 왕홀 대장군 역시 보다 적극적이여야 한다.

    앞으로 전개에 있어, 호동에 눈이먼 라희때문에 자명고가 찟기고, 고구려가 낙랑을 패망시키며 대무신왕이 낙랑의 백성들을 괄시하는 내용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사항이다. 이로서는 승부수를 띄울 수 없기에, 이미 러브라인이 강조된 멜로 퓨전사극이 되어버린 '자명고'가 살길은 올곧게 러브라인을 살리는 방법 뿐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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