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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34화로 들어선 자명고는, 처음 1화 때 보여졌던 영상들에 거의 근접해가고 있다.
    솔찍히 34화는 끝에 10분정도를 제외하고는 다소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철없이 사랑에 목매느라 정신없는 라희공주의 투정을 담아내느라 여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33화의 리뷰에서는 그런 라희공주가 한편으로는 불쌍타 하였지만, 약 55분간을 주구장창 때써대는 라희보니 불쌍한 마음도 싹 가시게 할 만큼 한심해 보였다. 라희말대로 기껏해야 근본도 모르고 기예단에서나 구르며 살아오던 뿌쿠(자명)도 자신의 근본이 낙랑임을 알고, 죽을힘을다해서 나라를 위해 살고자 발버둥치는 판국에 배가 부를대로 부른 라희는 그저 남자에만 매달리는 꼴이라니, 태녀로서의 위엄이라고는 찾아볼 수 가 없었다.

    결국 극 중에서 자신의 사리분별하나 제대로 못하고 철없는 아이마냥 행동하는 것은 라희밖에 없었다.


    호동 역시 자명에 눈이 멀었다고는 하나, 자명은 숨겨진 이유요, 그 또한 근간인 고구려의 왕이되기 위해 죽기살기로 달겨드는 중이다. 사랑을 하지만 결코 나라를 버릴 수 없는 뼈속까지 고구려 '왕자'임을 잊지 않는다.

    자명 또한 호동을 죽을만큼 사랑하지만, 자신이 죽는한이 있더라도 자신의 나라인 '낙랑'을 위해 신녀까지 자청하며 살아가는 모습이니, 어찌 라희의 철없는 사랑과 비교할 수 있다고 하겠는가.

    어쨋든, 33화는 내내 라희의 투정때문에 궁안이 시끄러워진다. 원후마마와 사이가 본격적으로 틀어지는 계기가 되며 오히려 차후마마와는 가까워 지는 계기가 된다. 정말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철부지 어린아이가 따로 없다. 부모 앞에서 동생에게 칼을 겨눴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경거망동은 생각지도 않은채 자신을 야단한 엄마가 미워 '삐뚤어질테다' 모드로 작정하고 변하는 모습이 사춘기 소녀와 다를것이 없었다.



    물론, 라희도 여자이며 성인이라고 하기엔 어린감이 있지만, 분명 라희는 태어날때부터 태녀로서 교육받고 훈련받아온 사람이다.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때문에 이런 행동을 보이는 것을 보면 그간 태녀의 의젓했던 모습은 단지 어른흉내를 내고 있던것밖에 되지 않는것이다.

    어쨋든 떼쟁이 태녀 라희는 원하는걸 옆에 두게된다. 바로 호동을 말이다.
    원하고자 하는 목표가 뚜렷한 왕자이기에 호동은 못할것이 없다. 겉만 번지르르한 말을 하는데 있어 진심어린 눈빛은 담을줄 알며, 거짓된 신념을 맹세함에 있어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는 무서운 사내이다.


    이런 차가운 사내를 담기엔 라희는 한없이 약하고 말랑말랑한 그릇이다. 그러기에 라희는 호동에게 이용당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인 것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서는 뭐든 다 할 수 있는 무서운 사내를 대적할 사람도,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사람도 오직 자명밖에 없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한없이 애절하다가도 이내 자신의 마음을 숨기고 차가워질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돌아서서는 세상의 고통을 혼자 다 짊어진듯한 표정으로 아파하다가도 호동 앞에서는, 최리의 앞에서는, 원후마마의 앞에서는 세상 모든 이치를 알고 속세를 버린 의젓한 신녀의 표정으로 일관한다.
    이럴때 보면 '기통'이란걸 아무나 하는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쨋든 라희의 만행으로 한껏 힘을 얻게된 호동은 낙랑국의 왕자로 책봉되며, 라희의 남편감으로도 낙점된다. 자명이 그렇게도 막고싶었던 혼사였지만 기어이 하게된 것이다. 이는 곧 낙랑국의 멸망에 한 걸음 크게 다가가는 것도 모른채 말이다.

    하지만 이런 라희의 행복도 잠시이다. 어쩔 수 없는 호동과 자명의 마음을 보게되는 것이다.
    다들 자는 잠에 죽자고 뿔피리를 불어댄 자명의 어리석음 덕분에 고스란히 둘의 마음을 들키게 된 것이다. 그간 호동이 죽기살기로 입에 빠다칠을 한채 해왔던 거짓된 속삭임들을 물거품으로 만드든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둘은 야심한 밤에 호수앞에서 마주하게되고, 마음과는 또 다른 이야기들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만 서로의 진심만큼은 뼈에 사무칠정도로 느끼게 된다.
    참아보려 했으나 참아지지 않는게 사람마음이기에 서로의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을 모두 알아버린 것이다.

    물론 호동의 경우 자신에 대한 변함없는 자명의 진심은 알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하기에 답답하고, 그 답답함이 미움으로, 그 미움이 사랑을 이기지 못해 애증을 품게된다.


    (호동) 
    왜 불렀느냐,
    고구려에서 내가 사는 하루하루가 얼음 풀리기 시작한 강위를 걷는 일이었다면
    지금은 날서있는 송곳위를 맨발로 걷고있다.
    대체 니가 뭐길래 날 오라가라 하느냐, 대장군을 불러 또다시 나를 죽이려고?
    진양궁의 수천개 수만개의 눈이 날 죽이려고 번뜩이는걸 넌 모르느냐!

    (자명)
    신녀로서 불렀어요

    (호동)
    하, 그렇치, 뿌쿠가 아니라 신녀님이셨지..
    다 버리고 기껏 차지한게 낙랑국 신궁의 신녀자리셨습니까?

    (자명)
    다 버리고 차지한게 결국 이자리더군요

    차가운 사내에게 혹여 휩쓸릴까 자명은 차갑게 대한다. 낙랑국을 지킬 신녀로서 말이다.


    (자명)
    왕자님 마음속에 뿌쿠를 버리셨습니까

    (호동)
    이 호동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이미 죽었습니다

    (자명)
    진심입니까

    (호동)
    당연히 진심이오, 세속을 다 버린분인줄 알았는데 왜, 신녀님 마음속에 이 호동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습니까

    (자명)
    왕자님은 폐하나, 태녀마마, 낙랑의 백성들, 심지어는 고구려를 다 속일지라도
    난 왕자님을 믿지 않습니다.

    (호동)
    믿고 싶지 않은것은 아니구요?

    (자명)
    고구려의 왕이되기위해서 평생을 살아오신분이, 어찌 그걸 놓으실 수 있겠습니까
    신본에서 독으로 죽어가면서도 팔 하나와 왕이되고픈 욕망하나를 못바꾼 분이 어찌 내려놓으실 수 있겠습니까

    (호동)
    변하기 어려운게 사람이기도 하지만 사람이기에 변할 수도 있는겁니다

    (자명)
    난 이 혼사를 막고자 했지만 막지 못했습니다
    왕자님은 모르시겠지만, 그대에게 절실한건 고구려도, 여인의 사랑도 아닌, 어머니의 품일것입니다.
    원후마마는 더없이 사랑이 깊으신 분이고 차후께서도 자신의 진정한 아들이 되어 주신다면, 그 누구보다 왕자님을 사랑해 줄 것입니다. 

    (호동)
    그래서요?

    (자명)
    고구려의 왕을 고집하지말고, 낙랑국 왕의 아버지가 되어 주십시요.
    좋은 남편, 좋은 아비로서 왕자님께서 대무신폐하께 받지 못했던 그 따뜻한 아버지의 정을
    태녀마마와 함께 낳은 아이에게 쏟으며 위로받으며 살아주십시요


    사랑하는 남자가 진정 다른사람과 결혼하여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여자만큼 잔인한 여자가 또 있을까, 호동은 또 한번 크게 상처를 입고 돌아설 수 밖에 없다. 호동이 상처받는데 있어, 자명의 말이 진심이든 아니든 그것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이유도 모른채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무능함이 스스로를 상처내는 것이다.


    서로를 버려야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낼 수 있기에 참아내는 호동과 자명의 모습이 참으로 안타까워보였다.
    그런 둘의 표정연기가 참 인상깊었다. 냉정하게 돌아선듯 가다가 뒤를 돌아본 호동, 이를 바라보고 있던 자명, 너무나도 애절하게 서로를 처다보지만 아무것도할 수 없기에 이내 다시 서로를 등진다.

    극이 더해갈수록 느는 표정연기를 보고 있으면 호동과 자명은 이제야 극에 거의 100% 빠져들어 안정감을 찾는 듯 싶어보인다. 하지만 이제 종방까지는 고작 4회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
    그 사실이, 자명과 호동의 사랑만큼 안타까울 뿐이다. 



    이제 호동과 자명도 다시 만났겠다, 1화에서 봤듯이 자명고의 존재성의 여부를 좋고 시끄러워질 시간이 다가온듯 싶다. 35화에서는 본격적으로 자명고를 놓고 둘러싼 의혹과 증명과정들이 나열될 듯 싶다. 또한 이 부분은 이미 스페셜방송분과 1화방송분에서 보여줬던 장면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극은 분명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에 점점더 애절하고 조마조마해지지만, 실제로 시청자들을 그렇지 못하다는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낙랑공주가 자명고를 찟는다는 이야기는 누구나 알고있는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그런 결정적인 부분을 이미 촬영분으로 공개해버렸기에 전혀 긴장감이 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식스센스'를 볼때 아빠가 귀신이란 사실을 알고 본다면 그 무슨 재미로 영화를 보겠는가

    자명고 역시 이같은 우를 범했으니 그저 남은 4회가 답답할 뿐이다.
    이미 뮤직비디오를 통해서 호동과 자명이 서로를 죽이고 쓰러지는 모습까지 공개되었으니 결국 기대해볼만 한 것은 낙랑국 패망이 후 낙랑과 호동이 다시만나, 서로를 죽이게되기 전까지 짧은 그 시간동안 얼만큼 애절한 장면들을 담아낼 것인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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