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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북이 달린다(2009)
    범죄, 코미디, 액션, 드라마 | 2009.06.11 | 117 분 | 한국 | 15세 관람가
    감독 : 이연우 | 출연 : 김윤석, 정경호, 견미리, 선우선


    #0. 추격자를 기대하고 가다.

    추격자를 눈물날만큼 인상깊게 봤던터라 추격자 후속이라고 할만큼 재밌는 범죄, 액션 영화라는 소문을 들었기에 주저없이 선택했던 '거북이 달린다'. 하지만 '거북이 달린다'는 '추격자'가 아니었다. 추격자가 온몸을 저릿하게 해줬던 송곳같은 날카로움이었다면, 거북이 달린다는 단단하면서도 그 끝은 뭉뚝한 망치같은 영화였다.
    숨통을 죄는 듯한 긴장감은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쥘듯 말듯한 간당간당함 또한 거북이 달린다만의 색다른 긴장감이 었으며 아날로그틱한 순박함에 웃을 수 있었다.

    아래 리뷰엔 스포가 적당히 녹아들었음을 미리 밝히는 바이다.






    #1. 송기태, 2%부족한 영웅적인 탈옥수.

    극중 탈옥수 송기태(정경호)는 희대의 탈옥범으로 9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창원을 연상시키는 인물로 등장한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전국 각곳의 내연녀들을 중심으로(?) 도피생활을 전전한다. 그러다 외국으로 도망가기 전 마지막으로 택한 장소인 예산의 시골마을. 이곳에서 역시 내연녀의 집에서 은신생활을 하며 도주계획을 세운다.


    송기태는 싸우는 모습이나 초인적인 도주과정, 에 있어 외향적인 화려함에 의해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추종하는 무리가 생길만큼 영웅적인 탈옥수로 주목받는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송기태의 전적에 대한 언급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어떤 범죄자였고 어떤 죄를 저질렀으며, 얼만큼이나 대단한 범죄자였는지는 초반부에 등장하는 지명수배지와 경찰과 5:1로 싸우는 모습이 녹화된 화면으로밖에 짐작할 수 없다. 또한 전국적으로 송기태를 잡기위해 얼만큼이나 혈안이 되있는지, 관심받고 있는지가 거의 어필되지 않고있다. 때문에 '악'으로서의 분명한 이미지 메이킹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화려한 무술실력에 그저 멋있고 과묵한, 그리고 약간은 나쁜심성(?)을 지닌 방항아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차라리 영화속 설정이 거창한 탈옥수보다는 조금은 작은 죄목이라도 명확히 시각화 될만한 범죄자의 속성을 지녔더라면 흐름상 매끄러운 연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또한 '외국으로 도주'라는 중대사를 앞둔 범죄자 치고 행동이 너무 경거망동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조용히 있다가 도망가도 언제잡힐지 모르는 아슬아슬한 판국에 동네 양아치들과 싸움을 벌이며 1800만원까지 꼼꼼히 챙기는 센스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은신을 하고있는 범죄자에게 가장 기본적인 공식인 타인의 시선피하기란 기본적인 공식조차 가볍게 무시할 수 있는 송기태의 배포가 다소 안타까울 뿐이었다.



    #2. 거북이 조형사, 달리는 필성이

    '타자'에서의 아귀, '추격자'에서의 엄중호형사, 매 영화에서마다 그 만의 몰입으로 '이 배우'아니었으면 다른 누가 이만큼이나 어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감동을 주었던 배우 김윤석. 조필성 역시 김윤식이 아니었으면 다른 누구도 이만큼까지 어울릴 수 없겠구나 싶었다.


    요즘 같은 최첨단 디저털 시대에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형사 조필성. 적당히 뒷돈도 챙길줄 알고 형사다운 추리력으로 판돈을 걸어도 남들과는 다르다. 그저 조용한 시골 마을에서 두 딸의 아버지로서, 가장으로서 평범하디 평범한 인물이다. 이런 그 앞에 나타난 송기태. 잠자는 거북이의 콧털을 건드리고 만다. 가스총하나 제대로 쓰지 못하고 형사이지만 싸움또한 제대로 못하는 맹물 형사이지만 세월을 살아온 노련함으로, 가정을 책임져야할 가장으로서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기질을 발휘한다. 3만 5천명의 경찰들이 2년8개월동한 해내지 못했던 송기태 때려잡기를 배나온 시골 형사는 해내고자 하는 것이다. 초반때 그의 시도는 답답하리만큼 느리고 허술하다. 그야말로 토끼를 쫒는 거북이의 모습이다. 이런 느림에 토끼는 낮잠을 잘만큼 방심을 하게되고 거북이는 늘 그랬듯이 느린 걸음으로 끈질기게 따라 붙는다.
    물론 거북이가 미련스럽게 끈질겼기때문에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것 만은 아니다. 잠들어 있는 토끼옆을 지날때는 토끼가 깨지 않게 조심히 지나갔듯 그도 그만의 꾀를 부렸기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조필성 역시 2%부족한 아쉬움이 남는다. 당연히 영화상의 전개가 시골형사가 희대의 탈주범을 잡는다는 기본 스토리에 충실하기 위함이었겠지만, 3만 5천명이 투입되어 2년 8개월동안 나름 최첨단 시스템(?)을 동원해가며 잡으려고 했던 송기태는 단 몇일만에 아날로그틱한 시골형사의 분노에의해 잡히게 된다. 그렇게 잡으려고 행방을 쫒아다녀도 늘 신출귀몰함에 한발씩 늦었던 담당 수사부에 비해 귀신같은 촉으로 움직이는 조필성은 송기태의 이동경로를 캐치할만큼 노련하다. 특수부대요원들과 5:1로 붙어도 거뜬히 탈출했던 송기태의 무술실력은 끈질기리만큼 지독한 시골형사에게는 먹히지 않는 수 였다. 물론 초반에 당한것이 분하여 간간히 찾았던 특공무술 도장에서 배운 무술실력 덕분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단 몇일새에 송기태도 때려잡을 만큼의 무술실력을 갖춘 시골형사의 설정은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다. 


    이런 다소 억지스러운 설정들이 극중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었다. 지나치게 주인공 중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느 영화나 당연히 주인공에 맞춰진 스토리전개이겠지만 '거북이 달린다'의 경우 스토리가 주인공에게 맞춰질 수 밖에 없는 개연성의 설명이 부족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신출귀몰한 송기태에 대한 설정이 조금만 더 현실적이거나 그럴만한 이유를 친절히 설명해 줬더라면 보다 납득할만한 스토리 구성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3. 기태의 내연녀 경주... 넌 누구냐..!

    천하의 송기태가 탈주하는데 있어 마지막까지 데리고 가고 싶어했던 그녀, 경주. 기태가 수배당한 동안 수배지를 떼어서 모아왔으며, 헬맷없이 스쿠터를 타는 턱에 늘 딱지끊기 일수이며, 동네 다방에서 일을한다. 그리고 송기태의 16명의 내연녀 중 한명이다.


    이 외에는 경주에 대해 어떤 정보도 알 수 없다. 또한 영화 상에서도 스크린에 많이 비춰지지 않기에 얼만큼이나 비중있는 역활인가 싶지만, 그녀는 이 영화의 스토리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그냥 외국으로 도피할 수 있었던 송기태를 시골마을로 불러들인 장본인이며 중반쯤 생일파티를 하다가 경주의 집에서 도주했을때 역시 바로 외국으로 나갈 수 있던 다시 시골로 오게끔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는 송기태와 경주가 어떤 관계인지 일체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저 내연녀일 뿐이다. 이런 사실은 극의 몰입에 있어 굉장히 껄끄러운 요소로 작용한다. 끊임없이 '왜?' 라는 의문을 남긴 것이다. 둘이 얼마나 애절한 사랑을 했기에 송기태는 3만5천 병력이라는 수사대의 수사망에도 굴하지 않고, 끈질긴 시골형사의 뒷쫒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함께하려고 했던것인가에 대한 타당성을 부여하지 못했다. 이 점이 어찌보면 영화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4. 그리고 그외의 안타까움..

    경주의 설정 외에도 극의 흐름을 방해 할 수 있는 다소 아쉬운 설정들이 몇가지 존재 한다.

    등에 문신을 새기며 송기태를 보자마자 온몸을 떨어가며 죽을각오까지 하던 동네 양아치군은 조필성의 패거리들에게 잡혀 너무나도 쉽게 배신을 결정한다. 물론 어린나이에 감옥가는 것이 겁이 났을 수 도 있겠지만 너무 줏대 없는 성격에 어이없는 웃음만이 나왔다.

    일관되지 못했던 조필성의 캐릭터 역시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조필성의 캐릭터가 유난히도 입체적이 었던 것일까? 그는 시골의 순박한 비리형사였다가도 무한한 가족애를 상징하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가도 추격자를 불방케하는 노련한 형사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결국 마지막엔 경찰서 바닥에서 수갑만 덜렁 채운채 데려온 송기태와 누워있는 모습은 범죄자면 이를 갈던 '공공의 적'의 강철중같은 뼈속까지의 형사의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런 저런 캐릭터들의 조합으로 종잡을 수 없는 조필성의 설정이 영화 자체가 범죄 스릴러인지, 가족애를 다룬 가족영화인지, 코미디인지 헷갈리게끔 하는 원인 중 하나였다.


    전문 총들이 쭉 진열된 전문 무기상에서 고무총을 고르는 조필성의 센스도 참으로 안타까웠으며, 덤프트럭으로 컨테이너를 밀어버리는 송기태의 모습도 참으로 인상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5. 하지만 그래도 재밌었다.!



    여태 안타까움을 가장한 꼬투리잡기에 연연했던 본인이지만, 결론적인 감상평은 '재미있었다'는 것이다. 분명 처음 '추격자'를 기대했던 기대치와는 달랐지만 기대와 다르다는 것이 기대에 못미쳤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거북이 달린다'는 그 만의 인정받을 만한 색이 있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색이 어떤 것이었다고 콕찝에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위에서 안타깝다고 생각했던 요소들이 맞물려 2%부족 하면서도 부족함때문에 편하게 볼 수 있었던 영화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배역 자체에 녹아든 김윤식을 보는 재미 역시 나쁘지 않았다. 특히나 마지막 부분에 소싸움장에서 싸우던 장면은 초반대의 유력한 1위후보였던 태풍이와 곰이가 싸우던 장면과 왠지모를 오버랩으로 그저 훈훈하게 웃을 수 있었다. 간간히 나오는 아역배우들의 코믹적인 요소들도 영화를 그저 미소지으며 볼 수있게한 부분이었지 싶다.



    그 어떤것과도 비교하지 않은 채 본다면 '거북이 달린다' 역시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히 즐기며 볼 수 있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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