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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괴된 사나이의 영화의 제작 발표회가 있었을때 부터, 명민좌가 캐스팅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조건 봐야겠다고 다짐했었다. 물론 언제쯤 나오려나 목이 빠져라 몇날 몇일을 기다렸지만 정작 개봉 후 꽤나 몇일 후 보게되었다.
    사실 영화를 보러 가기 전까지 김명민 외에 누가 나오는지도 몰랐다. 영화 내용도 그저 목사 딸이 유괴되는 이야기더라, 정도만 알았던 터라, 하얀거탑 이후로 감탄의 연발이었던 김명민의 연기를 보러 간 것이었다.



    포스터에서부터 풍기는 명민좌의 연기 포스!
    당연 "파괴된 사나이"는 김명민의 영화일거라고 철저하게 믿고 영화관으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왔을때 머리속에 남았던 것은 소름끼치리만큼 어이없게 무서웠던 "엄기준" 이었다.

    극중 엄기준은 김명민의 딸을 납치한 유괴범 역할로 나온다.
    딸을 납치해다가 무려 8년만에 다시 연락해서 김명민의 피를 말리는 괴물같은 유괴범인 것이다.


    ※ 이하로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니 원하지 않으신분은 피해주세요^^


    파괴된 사나이의 유괴범은 어떻게보면 지난 유괴범관련 영화들에 나오는 유괴범들과 비슷하다고 할 수있다.
    정말 말도안되게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싸이코 패스이다.
    사람을 죽이는데 아무런 꺼리낌이 없으며 심지어는 상냥하게 웃으며 다가가서 단숨에 내리치는 무시무시함을 선사한다.

    혹자는 이런 엄기준의 유괴범역할이 "추격자"의 하정우"용서는 없다"에서 마지막까지 반전을 준 류승범의 유괴범들보단 포스가 약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엄기준의 유괴범, 최병철이 여타 다른 싸이코패스들과 다른 점은 그저 살인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최병철은 청각에 예민한 인물로 끊임없이 청각을 만족시키기 위한 소리를 원한다.
    때문에 엄청난 고가의 사운드 장비를 구비하고 싶어하고, 이를 위해 돈을 마련하려고 살인을 한다.
    물론 때론 자신의 정체가 들통났거나 방해가된다고 생각될 경우 필요에 따라 살인을 하기도 한다.

    즉, 최병철은 사람을 죽이는데 아무 느낌도 받지 못하는 싸이코패스이긴 하지만 철저하기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살인을 한다는 점이다. 이런 점이 어떻게 보면 무차별 살인을 가하는 살인마에 비해 다소 약한 포스를 갖는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뒤집어 생각해보면 자신의 목적을 위해 "목숨"을 수단으로 여긴다는 것이 더 현실적으로 살떨리게 무서울 수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내내 잊을 수 없었던 것은,
    웃는듯 하면서도 사라지지 않던 "눈속의 광끼" 였다.
    웃고 있지만 눈 만큼은 충분히 살인자의 눈을 가지고 있었다.

    위에 두 사진만 봐도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은가.......


    한낯 인간의 탐욕이 광끼어린 살인 본능과 만났을 때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춰서 본다면 충분히 엄기준의 살인마인 최병철의 공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로,
    영화를 보면서 또 한번 놀랄만한 배우는 김명민의 유괴된 딸 역할을 맡은 주혜린양의 연기였다.
    유괴 후 8년간 유괴범과 살아오면서,
    살기 위해 친구들을 죽음 끝으로 몰아넣는 미끼가 되어버린 소녀, 김소현(주혜린)

    그녀의 눈엔 지난 8년간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피로 얼룩져버린 지난 세월에 더이상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 듯한 표정,
    말 그대로 죽어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에 도망칠 엄두 조차 낼 수 없었기에,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온 지난 날들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법도 한데,
    그래서 죽음을 각오하고 도망이라도 쳐봤을 만도 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평범했던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도 버거운 현실에 놓여져 있었기 때문이다.


    살고 싶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긴 하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살만할때나 충실 할 수 있는 본능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런 의문은 영화를 보는 도중 자연스럽게 풀렸다.

    "코끼리 증후군"이 그 해답이었다.


    코끼리 증후군이란 것이 실제로 있는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 들었던 강의에서 알게된 내용이다.

    인도나 이런데서 코끼리를 조련할때
    코끼리가 도망가지 않도록 발목에 끈을 묶어놓는다고 한다.
    이 끈은 사실 코끼리가 끈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끊어지는 정도의 줄인데 코끼리는 결코 도망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어릴때부터 묶여있던 끈이기 때문에 끈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끊어볼 생각도 하지 못할 만큼 생각에서부터 단단하게 잡혀있는 것이다.

    소현이 역시 "코끼리 증후군" 같은 원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5살때 유괴되어 무시무시한 공포를 경험하면서 절대로 도망갈 수 없을 것이라고, 그저 유괴범의 말을 들으며 사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라고 생각속에 자연히 갇혀 버린것이다.

    새삼 환경이 사람에게 주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정도쯤 포스팅 했을때, 문득 드는 생각은
    그렇다면 그렇게 기대하고 영화관을 찾았던 명민좌의 연기는 어땟는가? 이다...

    물론,
    명민좌 다운 연기 였다.

    지금까지 봐왔던 혼신을 다한 연기였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영화를 본 후 김명민의 연기보다는 유괴범 엄기준과, 그의 딸인 김소현 역할의 주혜련의 연기만이 뇌리에 박혔다.


    아마도, 김명민의 역할자체가 그동안 봐왔던 그의 여러 다른 캐릭터들과 크게 다른점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목사에서 타락한 사업가가된 주영수(김명민)의 모습은

    때론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같은 모습으로
    내사랑 내곁에 의 삶앞에 울부짓는 백종우의 모습으로,
    하얀거탑이나 리턴때와 같은 냉철한 모습으로,
    무방비 도시에서의 형사같은 모습으로 다가왔다.



    즉, 김명민의 연기가 어땟다기 보다는 특별할 것 없는 주영수의 캐릭터가 문제였지 싶다.


    그래도 파괴된 사나이를 보고 나서 기대하지 않았던 배우들의 연기를 담아 나올 수 있어서 충분히 즐거웠던 시간이었다.
    물론 영화가 후반부로 갈 수록 끔찍하게 다가오는 공포에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몸사리쳐야 했지만 말이다.

    명민좌의 연기 뿐만 아니라
    엄기준과 주혜린의 연기까지 맘껏 감상 할 수 있는 영화! "파괴된 사나이"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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