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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육혈포 강도단(2010)
    코미디 | 한국 | 107 분 | 2010.03.18 
    감독 : 강효진 | 출연: 나문희, 김수미, 김혜옥, 임창정


    대한민국 최강 할머니 군단! 나문희, 김수미, 김혜옥!

    그녀들이 뭉쳤다는 소식에 개봉 전 부터 영화를 보고픈 마음에 한참을 들떠있었다. 김수미 여사님의 열혈 팬의 한명으로서, 김수미 여사님이 영화를 찍었다는 소식이 마냥 기쁘기만 했다. 개봉일까지는 멀고도 멀었기에 하루하루 시간만 세고 있었던 찰나, 다행이도 시사회에 당첨되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사실, 시사회에 가고 싶어서 여기저기 시사회란 시사회에는 죄다 응모한 노력의 산물이었다고나 할까?

    어쨋든, 기쁘고도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키고 3월 11일, 세계 최강 강도단을 만나기위해 명동의 롯데시네마로 향했다.


    #1. 누가 그녀들을 은행으로 가게했는가

    영화의 줄거리인즉, 세 할머니가 인생의 첫 여행이자 마지막 여행을 위해 8년을 모은 돈을 은행에서 강도당 한 후, 이 돈을 찾기 위해 은행을 턴다는 단백하고도 황당한 이야기이다.

    그녀들의 평균나이 65세!!!

    한참 손주의 재롱을 보실 나이에, 강도단이라니 세상에 이런일이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그녀들이, 얼굴에는 꽃무늬 복면을 쓰고 한 손에는 육혈포를 든채 은행으로 향해야만 하는 이유를 공감하고 또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들의 평생의 로망인 하와이 여행을 위한 873만원,

    할머니란 이유로 외로웠고, 약자가 되어야했고, 설움을 당해야만 했었던 그녀들이었다. 자식들의 눈치를 봐야했고, 또한 자식들에게 어딘가 모를 죄책감으로 살아왔었다. 그런 그녀들이, 그녀들만의 방법으로 모아온 피땀어린 돈을 바로 눈앞에서 강도를 맞아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은행의 무심함에 빼앗겨 버렸다고 할 수 있다.

    그녀들이 할머니었기 때문일까?

    그저 영화가 전개되는 내내, 돈을 찾기위해 강도단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그녀들의 모습이 영화속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어렴풋한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


    #2. 로망은 어디인가

    영화를 보면서 문뜩 떠올랐던 것은, '이사카 코타로' 저의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란 소설이었다. 이 소설에서 평범하지만은 않은 강도단들이 은행을 털면서 찾고자 하는 로망이, 육혈포 강도단의 모습과 오버랩되었기 때문이다.

    할머니 강도단의 평생 로망, 4박 5일 최고급 실버 패키지 하와이 여행.


    누군가에게는 마음만 먹으면 몇번이고 갔다올 수 있는 그곳에, 그녀들은 8년이란 세월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의 로망을 단 한순간에 빼앗아 가버린 건 그저 그런 은행 강도가 아닌 냉담한 세상이었다. 물론 돈이야 강도가 가져갔다고는 하지만, 그 누구도 할머니들의 사정을 듣고 도와주지 않았다. 은행도, 경찰도, 10분 상담에 몇십만원씩하는 변호사들 까지도 말이다.

    세상에 버거워 로망을 찾았지만, 버거운 세상이 로망마져 빼앗아가버렸다.

    그녀들이 은행에서 찾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873만원이 아닌, 그녀들의 평생의 로망이었던 것이다.


    #3. 의리, 진짜 의리는 이런거다.

    세 할머니가 은행을 털어야했던 진짜 이유는 무었이었을까?
    소심하기 그지 없는 신자할머니가 육혈포를 들고 꽃무늬 복면을 얼굴에 쓰기까지 무엇이 그녀를 움직이게 했을까,

    그건 바로 할머니들의 우정이었고 의리였다.

    하나 또는 둘이아닌, 그녀들은 셋이었기에 세상 모두가 고개를 흔들며 황당해할만한 강도단이 될 수 있었던 것이었다.


    영화나 TV를 보면 늘 의리는 남자들이 지키는 것이었고, 가끔은 여자친구들끼리 지키는 것이었다. 세상엔 배신과 음모가 난무했고 의리는 그저 동화속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인듯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녀들에게는 그 무엇보다고 단단하고 빛나는 의리가 있었다. 그저 873만원이 아닌, 김정숙 할머니(나문희)를 위해 뭉친 세 할머니들의 끈끈한 우정은 요즘같이 어렵고, 그래서 삭막해져만 가는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4. 웃었다, 그리고 울었다.

    사실 처음 영화를 보러갈때는 그저 한참을 웃어제낄 코미디라고 단정지었었다. 할머니 강도단이란 소재에서부터 그저 웃끼는 영화겠거니 싶었던 것이다. 때문에 그저 당연히 영화스러운, 그저 행복한 해피엔디이 아니겠느냐 하는게 본인의 속단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속단이었다.

    "육혈포 강도단"이란 영화는 단순히 코미디 영화가 아니었다. 웃음속에 절묘하게 녹아는 세상사 이야기였으며 지금도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담은 그런 진지한 영화였던 것이다. 단지 "웃음"이란 코드로 포장했을뿐 말이다.

    영화가 막바지에 다달을 수록 어느새 본인의 눈가엔 눈물이 고여있었다.



    손영희 할머니(김수미)가 끝무렵에 '신자야 이제 울어두 돼' 라고 했을땐, 신자할머니 뿐 아니라 영화를 보는 모두가 함께 울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의 결말은, 누구나가 예상할만큼 달콤하고 미소지을만한 것은 아니었다.
    동화속같이, 혹은 진짜 영화같은 그런 결말이라기 보다는 조금은 씁쓸하고 허전해할 법한 현실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랬기에 영화가 끝난뒤에도 그저 그런 코미디가 아닌 볼만한 영화가 되지 않았는가 싶다.
    또한 다시 한번 그녀들을 돌아보고 기억할 수 있게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육혈포 강도단의 사랑스러운 세 할머니들 뿐만 아니라 돌아가면 계실 우리의 할머니, 부모님, 혹은 자신을 말이다.


    #5. 그리고...

    영화를 보기 전엔, 세 할머니들이 한자리에 뭉쳤다는 설레임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세 할머니들의 내공 깊은 연기력과 웃고 울리는 마음 따뜻한 전개로,
    영화를 보고난 후, 잊을 수 없을 만큼 먹먹한 감동으로,

    끊임없이 행복했던 영화 육혈포 강도단.

    혹자는 뭐 말도 안되는 코미디 영화라고 할지라도 분명 본인에게는 2010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가 개봉하면 다시한번 보러가고 싶은 영화!
    그녀들은 은행을 털어야만 했기에, 끝까지 그녀들을 응원해줄 것이다.
    또한 그녀들의 재기발랄 은행털이로 인해, 본인 뿐 아니라 이 영화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로망을 찾을 수 있길 바래본다.


    "로망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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