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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란한 유산이 28회를 끝으로 드디어 막을 내렸다. 처음부터 막장없는 드라마로 유명했던 찬유였기에 마지막회 역시 청정한 결말을 내렸다. 말 그대로 모두가 행복한 해피엔딩이었다. 모두가 웃는 그런 결말이었기에 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자연스레 얼굴에 미소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이번 28회의 시작은 승미와 그녀의 엄마인 백성희각 극적화애(?)를 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백성희)
    살아야될 이유가 없어

    (유승미)
    날 위해서 살아줘 엄마 아무리 비참해도 죽으면 안되
    나 핑계로 어떤짓 했어도 나 엄마 필요해 그러니까 죽지마 혼자 도망치지마!!

    (백성희)
    더 버티고 싶지가 않아

    (유승미)
    엄마, 엄마까지 가버리면 나 아무도 없어
    이제 나 이세상에서 사랑해 줄사람 엄마 한사람 밖에 없는데
    엄마 없으면 나 어떻게 살아
    근데도 갈꺼면 나하고 같이가

    이 장면에서 문채원의 연기실력에 새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말로 세상에 혼자남게될 아이의 표정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승미에겐 마지막 보루였던 엄마를 향한 절규가 소름끼칠 정도로 와닿았기 때문이다.
    혼자 남게될 딸을 놔두고 살아야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백성희는 엄마로서 실격이었다. 엄마란 위치는 어떠한 이유에서든 자살을 택할 수 없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딸이 처절하게 붙잡는데도 더이상 버티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야속했다. 엄마로서 그동안 못했던 것을 죽음으로서 죄값을 치른다는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인데 말이다.

    자난 2008년 자살이 너무도 쉽게 일어났던 때를 생각해 본다면 다소 시사성이 있는 장면이지 않았나 싶다. 목숨을 버리는 것을 너무나도 쉽게 택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어느정도 투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목숨은 혼자만의 것임이 아님을 항상 기억하고 살아가야 함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자살을 시도하려고 했던 것만으로도 자식에게, 또는 주변사람들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늘 언제 또 죽음을 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그렇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정말로 떠다기로한 승미는 주변사람들과의 이별을 준비한다. 비록 나쁜 감정이 더 많이 남았지만 다들 사랑했던 사람들이기에 그동안의 잘못을 인정하고 하나하나 정리해 나간다.
    승미가 가장 먼저 찾은 것은 은성이와 은우였다.


    (유승미)
    떠나기 전에 인사하려고 왔어

    (고은성)
    떠나다니?

    (유승미)
    엄마가 죽으려고 했어, 내가 살아달라고 빌었어 나 혼자 남는게 너무 무서워서

    (고은성)
    죽으려고 했으니까 용서해달라는 거니?

    (유승미)
    내가 진작 포기 못해서 미안해 내 잘못이야 내가 진작 오빠 포기했었으면
    엄마도 그렇게 욕심내지 않았을텐데 내가 오빠 하나만 바라보니까 오빠네하고 수준 맞추려고
    보험금도 욕심내고 그거 들킬까봐 은우도 그렇게 하고 하나를 감추려다 보니까
    자꾸 자꾸 우리 엄마가 정말 많이 잘못했지만 내가 그렇게 만든거야
    잘못했다 은성아

    잘못을 비는 승미의 표정은 여태까지의 표정 중 가장 밝은 표정이었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솔직하게 은성 앞에 선 그녀는 정말 예뻐보였다. 사실 은성에게는 죽어도 용서못할 죄를 저지른 승미였지만,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은성은 승미를 용서해주기로 한다. 진정으로 죄를 뉘우치는 그녀 또한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만은 아니기에 은성이 답게 보내준 것이다.

    다음으로 찾은 사람은 역시나 선우환이다.


    (유승미)
    그동안 옆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오빠 때문에 외롭지 않았어

    (선우환)
    미안했다

    (유승미)
    은성이하테 잘해줘, 이제 됬어 오빠 먼저 내려

    승미는 집착을 사랑이라 여겼기에, 잘못된 사랑으로 서로가 아파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막상 마음에 얹어놓았던 무거운 돌을 내려놓지 한층 편안한 마음으로 환이를 보내줄 수 있었다. 그동안 자신의 마음에 대한 미안함으로 눈물이 흘렀지만 이 모든 것을 깨끗이 정리할 수 있었기에 또한 웃을 수 있었다.


    승미 모녀의 일이 해결되고 나자 은성이도 한결 예전의 고은성으로 돌아온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언제 어디서나 쾌활하고 미소가 예뻣던 그 모습으로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은성에게는 선우환이란 남자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 유학을 가야만 하는 은성이기에 환이를 두고 떠나야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환이도 은성이 은우때문에 유학을 가야함을 알기에 무작정 못가게만 막을 수가 없었다. 그저 자신에게 유학을 통보하듯 해버리는 은성이 서운하고 속상할 뿐이다.
    은성은 환이에게 솔직할 수가 없었다. 사실은 유학이 가고싶은게 아니라고, 은우때문에 가는거라고, 은우만 아니라면 한국에 있고 싶다고, 환이와 함께하고 싶다고, 백번이고 천번이고 말하고 싶은 은성이다.
    하지만 그동안의 세상살이가 너무나도 힘에 부쳤던 은성이기에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는 법을 까먹은듯 하다. 하지만 이런 물고를 아빠가 터주게 된다.


    (고평중)
    미안하다 그동안 세상에 얼마나 휘둘렸는지 너무 참고 누르고 그러네 우리 딸이

    (고은성)
    내가 뭘 참고 눌러 아니에요

    (고평중)
    예전에 너는 착하고 남 배려하고 그러긴 했지만은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아이었어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혼자 버티고 살아내느라고 니 마음 감추는데 이골이 났어

    (고은성)
    내가 그래?

    (고평중)
    이제부턴 그러지마 아빠가 니들하고 헤어져 있으면서 뼈저리게 느꼈어, 후회할 일은 하지말아야되

    이런 말 덕분에 은성은 자신에 마음에 솔직해질 용기를 갖는다. 후회하지 않는 일을 하기위해 말이다.

    사람들은 살면어 참고 견디느라 후회할 일을 참 많이 하고 산다. 다른사람을 배려한다는 이유로,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는 자기합리화로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는 것을 밥먹듯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군중속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에게 솔직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사람들과 함께있어도 늘 외롭고 어딘가 허전한 것이다.
    이 장면을 보면서 보다 솔직한 마음으로 후회하지 않은 일을 살아간다면 세상이 조금은 더 예뻐보이고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은성은 환이를 향해 달린다. 동시에 환이도 은성을 향해 달린다. 두 남녀 모두 후회할 일을 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고은성)
    그쪽이 기다리면 되잖아요 난 안갈 수 없는 상황이니까 그쪽이 기다려요

    (선우환)
    뭐?

    (고은성)
    기다리라구요

    (선우환)
    자식, 당연히 기다리지 안기다릴줄 알았냐

    서로에게 솔직해지고 나니 기다림은 아무 문제도 되지 않았다. 서로를 믿을 수 있기에 그들 사이의 물리적 거리나 시간은 얼마든지 버텨낼 수 있는 것이다. 이제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고은성과 선우환의 얼굴에는 세상 누구보다도 행복한 미소가 떠오른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함께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모습이었다.

    그동안 옆에서 열심히 서포터 해주던 박준세와도 웃으며 쿨하게 정리한다. 준세 역시 은성의 옆에서 마음고생하느라 늘 어두웠던 얼굴에 오랜만에 햇빛이 비추는 듯 했다.

    (박준세)
    우리가 인연은 인연이었던거 같은데

    (고은성)
    나한테 미안하다는말 듣는게 그렇게 좋아요?

    (박준세)
    아니야 절때 미안해 하지마 대신 환이랑 잘지내라, 오래도록
    내가 좋아했던 사람이 행복해야 내 아쉬움이 적어지는 거야,
    나보다 그사람 선택하길 잘했구나


    사랑하는 사람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지켜봐주는 것도 사랑이라고 했다. 준세는 그런 사랑을 하기로 한 것이다. 은성을 환이에게 웃으면서 보내줄 수 있기에 준세는 정말로 은성을 사랑했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현실에서는 이런 사랑을 몇명이나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청정드라마 다운 모습이기에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릴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이번 화에서는 유독 이승기의 1박2일 식 연기가 돋보였다. 특히나 은우와 함께 스무디킹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은성에 대한 당부를 하는 장면을 보면 선우환이 아닌 1박2일의 이승기를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이승기가 야생 버라이어티를 하면서 쌓은 경험들이 연기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나오니 배우 이승기라는 명칭이 어울릴때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귀여운 이승기의 모습을 모는것도 하나의 재미요소였겠지만 마지막회의 하이라이트는 누가 뭐라고 해도 마지막 부분이었다. 환이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와봤다는 호주가에서의 마지막 데이트가 그 명장면인 것이다.
    환이와 은성이 함께 있는 모습 자체도 예뻣지만 두 사람 뒤로 보이는 배경이 너무나도 예뻐서 눈을 땔 수가 없었다. 두사람이 옷색깔과 배경색깔이 어찌나 잘어울리던지 화면의 색감에 한참이나 빠져있었다.

    (고은성)
    태어나서 처음 먹어본 맛이에요, 맛있네

    (선우환)
    어, 카레가 왜 호박죽 맛이야

    (고은성)
    내껀 괜찬은데? 눈물나게 맛있구만


    이런데 와서 남자친구가 미리 준비해놓은 재료들로 밥을 해준다면 호박죽 맛의 카레라도 맛있게 먹을 것 같았다. 또한 그런 카레를 먹고도 눈물나게 맛있다고 하며 먹어주는 여자 친구를 보면 어찌 사랑스럽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이지 시청자들의 감성적 니즈를 정확히 집어낸 부분이었다고 본다.


    이보다 더욱더 예뻤던 장면은 단연 은성과 환이의 키스신이었다.


    (고은성)
    공항갈려면 이제 가야겠다
    회사 끝나면 바로바로 집에 들어가고 이제 막 월급 받는 다고 막 술마시지 말고
    특히 술취해서 여자집에서 문두드리고 엎드리면 죽는다

    (선우환)
    뭐? 왜그래

    (고은성)
    나 할말 더있는데?

    (선우환)
    뭔데 해봐

    (고은성)
    선우환!
     - 사랑해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위한 완벽한 장면이었다. 너무나도 순수했고 서로를 믿지만 떨어져 있어야하는 아쉬움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결말은 그동안 찬란한 유산이 청정드라마로서 맑고 순수한 배역들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노출시켰기 때문이라고 보인다. 그랬기에 그 어떤 드라마의 키스신보다 맑고 투명했으며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렇게 찬란한 유산은 막을 내렸다. 시청률 40%를 훌쩍 넘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속에서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번 드라마를 계기로 이승기는 보다 안정된 배우로서, 한효주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위치로 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두 배우 외에도 찬란한유산에 참여했던 모든 배우들이 한층더 사랑받는 배우가 된 것임에 틀림이 없다.


    막장드라마의 열풍이었기에 청정드라마로서 차별화를 성공할 수 있었던 찬란한 유산이자만 경제난이다 뭐다 해서 여러모로 힘든 사람들에게 맑고 순수한 웃음을 줄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앞으로도 영원히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에 훈훈하게 남을 수 있는 드라마가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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