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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대

    해운대(2009)
    모험, 드라마 | 한국 | 120 분 | 2009.07.22 
    감독 : 윤제균 | 출연: 설경구, 하지원, 박중훈, 엄정화, 이민기, 강혜원, 김인권



    #0. 대한민국 최초 재난영화, 배우들에 끌려 무작정 보러가다

    '해운대'란 영화 제목을 보자마자 여러편의 영화들이 겹쳐졌다. 외국영화인 투모로우, 클로버필드, 플러드, 가디언 등등 여러편의 재난영화들이 즐비했기에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는 반신반의 했다. 한국 최초라는 점과 우리나라에서 재난영화가 얼만큼 스케일있게 촬영될 수 있을까, 그를 뒷받침 해줄 CG는 어떨까 혹은 내용 없이 너무 물난리만 보여주다 끝나는건 아닌가 등 여러 걱정이 먼저 앞섰던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배우들이 마음에 들었기에 어떤 영화인지 직접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1. 이건 뭐 코메디 영화인지 재난 영화인지?


    초반 시작부터 주구장창 웃기기 시작한다. 여기저기 구수하게 들려오는 부산사투리와 함께 일상의 소소한 모습들로 웃음을 자아낸다. 영화는 상관없는 몇몇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딘가 연결고리를 갖은채 전개해나가는 방식이다. '새드무비'나 '내 생의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과 같은 영화들의 이야기 전개방식과 흡사하다. 아니나 다를까 해운대의 감독이신 윤제균 감독은 '내 생의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을 제작하신 분이셨다.
    문제는 2시간의 런닝타임 중 약 2/3 정도가 코메디 영화 못지 않게 웃음 코드로 도배가 되어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뒷부분에 본격적으로 쓰나미가 시작된 후 재난을 맞이한 사람들의 끔찍한 죽음, 도망, 공포 부분에 몰입할 수 있었기에 다행이었지만 뭔가 2% 아쉬운 느낌이 드는것은 시도때도 없이 터져나오는 웃음코드 때문이었다.


    특히나 김인권씨가 연기한 오동춘이란 배역이 겪는 어이없는 상황들이 극중 몰입을 방해했다. 다리위에서 컨테이너들이 떨어지는 부분이 의미없이 과장 연출되어 심각한 분위기로 몰입되던 중 어이없는 웃음이 터져버리게 만든 것이었다.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과정에서 분명 양념이 되는 요소였을 수 있지만 이런 부분 보다는 쓰나미가 몰려오기 직전 자연적 변화라던가 쓰나미로 인해 벌어진 폐해, 사람들의 고통을 좀더 디테일하게 다뤄줬으면 좋지 않았나 싶었다.


    #2. 메가쓰나미, 그 위력은 적절했나?

    2004년 인도네시아를 강타했던 쓰나미는 정말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채 싹다 쓸어가 버렸다. 땅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물에의해 휩쓸려 가버린 것이다. 그 후에 남은 광경은 정말 눈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마치 모래로 지어놨던 성이 쓸려 가버리 듯 파도가 지나간 자리는 수 없이 즐비한 시신들, 집들이 무너진 뒤의 잔재들, 높은곳에까지 쓸려와 덩그러니 남아있는 배들로 비참하기 그지 없었다.


    영화 '해운대'에서 등장하는 파도는 인도네시아를 휩쓸어버린 쓰나미보다 훨씬 더 무서운 '메가쓰나미'로서 대마도가 무너지면서 발생한 대형 파도이다. 이런 파도가 해운대를 집어삼겼던 것이다. 하지만 막상 파도가 휩쓸고 간 자리는 비참하긴 했지만 사실적이지는 못했다. 가장 아이러니 한 부분은 파도를 정면으로 맞았던 다리의 존재 여부이다. 어찌나 튼튼이 지어놨던 다리인지 메가 쓰나미가 지나간 뒤에도 참으로 멀쩡하게 존재한다. 화물선까지 거꾸로 들려 꼽힌 마당에 다리는 절때 무너지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쓰나미가 끝난 후 폐허가 되버린 해운대 일대를 보여주는 장면에 보면 건물들이 많이 손상되기는 했지만 대부분이 창문정도만 깨어진 정도로 비쳐진다. 군데군데 건물이 무너진 부분도 있지만 형채가 많이 보존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비주얼 상으로 처참함을 보여주기위해서는 보기 좋게 만들어진 영상이었지만 사실성은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3. 메가쓰나미가 발생하는데 단 한사람만 알아차렸다.


    그 엄청난 파도가 밀려오기까지 심각한 사태에 대해 파악하고 발을 동동 구르던 사람은 오직 한명, 김휘(박중훈) 박사님뿐이었다. 조사 자료를 통해 끊임없이 관계자들을 만나 위험성을 알렸지만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지진 안전지대고 쓰나미가 일어날 가능성이 낮다고 파악되어왔다고는 하지만 어떤 명백한 증거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학자의 말을 귓등으로도 안듣는 상황들이 다소 억지스러운면도 있었다. 오죽하면 보는이가 다 답답할 정도로 무능력하게 그려진 관료들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또한 거대한 쓰나미가 코앞에 닥칠때까지 해운대 해변에 누워있던 그 많은 사람들 중 어떤 사람도 조금의 이상도 느끼지 못했다. 그저 천하태평 즐기고만 있었던 것이다.


    이런 부분에서 디테일의 문제가 있지 않았나 싶다. 보통 재난 영화에보면 자연재해가 들이닥치기 직전 동물들이나 곤충들이 이를 먼저 알아차리고 이동하는 현상을 보인다. 물론 해운대에서도 바다게들과 새들이 이동하는 부분들이 비춰지긴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좀더 비중있게 배치되었으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해일이 닥치기전 사전 진동에대해 이를 느끼고 의아해 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은 간간히 넣어주었다면 좀 더 퀄리티가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았다.


    #4. 외국 재해 영화들과는 분명 다른 휴먼스토리가 있었다.

    재해영화를 많이 봤던것은 아니어서 다른 외국영화들이 어땠는지는 전부 알 수 는 없지만 '해운대'는 한국영화다운 가슴저릿한 휴먼스토리가 있었다. '행복한 순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이 다가온다. 쓰나미도 휩쓸지 못했던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라는 영화 예고편의 나레이션처럼 단순히 끔찍한 자연현상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그런 재앙에 놓인 소소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영화속에 녹아있었기 때문에 재앙 이 후 그 사람들의 고통을 보다 뚜렷히 공감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말못하고 사랑을 해오던 순수한 남녀이야기, 이혼 후 다시만난 남녀와 딸에대한 이야기, 해변가에서 헌팅을 통해 만난 남녀이야기, 어느 동네나 한명쯤은 꼭 있는 깐죽이 백수와 그의 어머니 이야기, 높은 자리의 사람으로서 도시개발과 가족으로서 주민들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이 어떤 특별한 사람의 이야기도, 대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아닌 우리 주변에 흔히 일어나는 이야기들이었기에 몰입할 수 있던 연결고리가 되었다.
    갈등과 오해들로 관계가 서먹해진 사람들이 '물'이라는 존재가 가져온 재앙으로 인해 이런 감정들을 씻어 흘려버리고 다시금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모습들이 관객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것이다.


    #5. 재앙 앞에 한없이 무력하기만 한 인간


    쓰나미가 무섭다는 이야기는 익히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처참함이 어떤 것인지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해운대'를 통해 본 재앙은 정말이지 입을 다물 수 없는 정도였다. 작은 파도는 해변가에서 액티브한 재미를 주는 흥미요소였는데 그 규모가 상식 이상이 되어버리자 거대한 괴물로 변했다. 물이 차오르는 정도가 상상했던 것 이상이었으며 그로인해 무너지는 건물들의 모습, 각 장소에 따라 휩쓸려 버리는 모습들이 충격적이었다.
    가장 끔찍했던 장면은 전봇대의 전기응집기(?)같은 부분이 물에 닿게되면서 순식간에 많은 사람들이 감전되어버리는 모습이었다. 보는 사람까지 살이 떨릴 정도로 끔찍한 모습이었다. 또한 서로 살기위해 다른사람들을 밟고 올라가려고 했던 모습들에서 죽음 앞에선 인간들의 잔인함, 이기심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자살을 한 뒤 가장 끔찍한 시체의 모습이 사랑하는 연인이 몸을 묶고 물속에 뛰어들어 동반자살한 경우라고 한다. 사랑하는 마음에 죽음까지 같이하기로 결심했지만 막상 물속에 들어가 죽음앞에선 두 남녀는 상대를 누르고 자신이 올라가고자 서로를 할퀴고 밀어내기 때문이다.
    물 앞에서 속수무책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살기위해 허우적대는 모습들이야 말로 인간의 가장 극한 상황에서 보일 수 있는 모습들이 아니었나 싶었다.


    #6. 마지막으로 '해운대'를 무조건 재미있게 보고 나올 수 있는 방법!


    대한민국 최초의 재난 영화인 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고 기대를 받고있는 영화이다. 하지만 분명 재미없었다, 허접했다, 엉망이었다 라는 이야기를 하는사람들이 나올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기대를 너무 크게 갖었기 때문일 수 도 있다. 또한 극에 몰입하기 보다는 모순과 잘못된 부분을 잡아내려고 철처히 관찰자 입장에서 바라봤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분명 해운대는 몰입해 볼만 하고 그랬을때 바닷물의 짯내마져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면서 참 여러 영화를 짜깁기해놨구나 하는 생각이 들 수 도 있을것이다. 실제로 영화속의 여러 설정들이나 장면들이 외국 영화들과 오버랩되는 부분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을 떠나서, '해운대'가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행복한 순간 닥친 시련에서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이야기와 재난 영화로서 쓰나마의 무서움과 폐해, 그 속에서 한없이 약하기만한 사람들의 모습들이다. 단순히 재난영화임이 아님을 기억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본다면 2시간이란 런닝타임동안 웃다 울다 정신없이 빠져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점점 한국영화가 할리우드나 외국영화 못지않게 다양한 소재로, 보다 엄청난 스케일로 제작되는 것을 보면 참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있다. 영화 산업이 발전할 수록 많은 관심과 더불어 채찍질도 필요하겠지만 잘된부분 좋은 부분은 칭찬해주고 격려해주는 것 역시 문화인으로서 갖어야할 자세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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