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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상 네 사람의 행로는 지난화인 25화에서 그 방향이 모두 결정되었다. 은성의 마음이 떠났음을 인정하기로 한 박준세와 더이상 환이 옆에 있을 수 없음을 깨닫게된 유승미, 고은성에게 무조건 들이대기로한 선우환, 그런 선우환을 억지로 밀어낼 수 밖에 없는 고은성이다.
    이번 찬란한 유산 26회에서는 행로가 결정된 네사람 외에 그동안 묵혀왔던 백성희의 만행이 결정판을 이루는 회가 되었다.


    그동안 백성희가 해왔던 거짓말들이 하나둘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백성희를 의심하기 시작한 아빠 고평중의 자수 선언, 준세를 통해 고평중이 알게된 은성의 행방과 재회, 잃어버렸던 은우를 발견한 승미, 그리고 그 사실을 알게된 백성희 까지.. 얽혀있던 이들의 실타래가 하나
    둘씩 풀려나는 이야기였다.


    가장 돋보였던건 거짓말의 '막장'을 보여준 백성희의 모습이었다. 이미 갈때까지 간 거짓말의 끝은 오바마도 울고 갈 법한 백성희의 협정조약과 그 승부수였다. 은우의 존재와 고평중의 압박에의해 궁지에 몰리게 된 백성희는 이것들을 역으로 이용한다.
    은성에게 은우를 찾았으니 둘이 함께 외국으로 떠나라는 제안을 한 것이다. 백성희의 놀라운 순발력과 잔머리는 순식간에 은우를 버린 죄인에서 잃어버린 은우를 찾은 은인같은 존재로 둔갑시킨다. 물론 말이 좋아 제안이지 협박에 가까웠다. 법적 행사권을 갖은 엄마로서 은성을 협박한 것이다. 아무리 새엄마라고 하지만 자식을 볼모로 또다른 자식을 협박한다는 자체가 소위 '막장'의 끝을 달리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백성희의 입장에선 엄마로서의 사랑이었다. 자신의 친자식이 사랑하는 남자 때문에 아파하고 힘들어 하기에 얻어 키운 자식쯤은 희생할 수 있다는 철저한 이기주의적 사랑이긴 하지만 말이다. 지난 25화에 이어 부모의 잘못된 선택이, 사랑이 자식들을 비롯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상처입히고 다치게 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부분이다.

    백성희의 엄청난 승부수 앞에 별다른 도리가 없는 은성은 결국 2틀 뒤 외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발설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기에 주변 사람과 제대로된 마지막 인사도 못한채 홀로 이별을 준비해야 했다.



    은성은 가장먼저 할머니와의 이별을 준비한다.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찾아뵈어 친 손녀처럼 어리광을 부려본다. 은성이 떠날것을 결정했을 때 가장 걸리는 사람은 할머니었을지도 모른다. 순식간에 부모를 잃고 고아가된 은성을 세상 전부가 외면할때, 할머니는 자신을 믿어준 든든한 후원자이자 닮고 싶은 롤모델이자 가족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할머니께 제대로된 마지막 인사도 못하고 몰래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은성을 힘들게 했던 것이다.

    다음으로 정리한 일은 준세의 가게에 붙어있던 은우의 전단지를 떼는 일이었다. 남게될 준세를 위해서는 꼭 필요한 정리였다. 자신 때문에 가장 많이 다쳤을 준세에게 자신을 기억할 수 있는 전단지를 그대로 두고 떠단 다는 것은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준세에게는 상처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박준세)
    은성이 잔인한데가 있었구나

    (고은성)
    그러지 말아요, 안그래도 오빠하테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고맙고 또 고맙고
    죽을때까지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인데 여기서 더 나때문에 상처 받으면 안되요
    오빠하테 상처주려고 그런거 아니니까 절때 아니니까

    (박준세)
    그럼 왜이러는건데

    (고은성)
    나를 위해서 그러는거라고 생각해요, 이대로 저사진들을 두고 갈..
    둘 수 없는 나를 위해서 그러는 거에요

    (박준세)
    이유를 말해줄 순 없는거야

    (고은성)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꺼에요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오빠가 행복하실 바랬는지
    (오빠 잘있어요)


    은성의 행동에 대해 이유를 알턱이 없는 준세는 상처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은성이 옆에 있어야 행복한 준세인데 옆에 있을 수 없는 은성이 준세의 행복을 바라는것 자체가 준세에게는 잔인한 일이었다.

    이 부분에서 또 한번 은성에게 준세가 어떤 사람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준세는 죽을때까지 미안하고 고마운 사람인 것이다. 마치 키다리 아저씨 같은 사람인 것이다. 키다리 아저씨 이야기를 봐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은 키다리 아저씨에대해 항상 감사하고 동경하지만 이성으로서의 사랑이 되진 않는다. 지난화에서도 언급했듯이 은성에게 준세는 빚을 진 고마운 사람이다. 이것이 은성이 준세를 사랑할 수 없는 결정적 이유가 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한없이 잘해주고 싶었던 준세의 마음이 은성에게는 결국 너무나도 고마운 빚이 되어버린 자체가 어떻게 보면 참 씁쓸한 일이었다.


    (혜미)
    근데 대체 너 언제부터 그사람 좋아한거야?

    (고은성)
    모르겠어, 나도 내가 왜그렇게 됬는지 언제 부터 그랬는지 알았으면 좋겠다.
    어느순간 보니까 내가 그사람때문에 웃고 울고 기뻐하고 가슴아파하고 있드라


    반면 선우환은 처음부터 사랑일 수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환이 은성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빠버린 것이다. 좋아하는 것엔 이유가 없듯이 환이를 사랑하게 된데에는 이유가 없었다. 역설적인 측면에서 이야기 하자면 이유가 없었기에 사랑할 수 있던 것이다.

    선우환과 박준세의 모습은 좋은 사람과 좋아하는 사람은 다를 수 밖에 없다는걸 새삼 느끼게해준 두 남자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렇게 사랑할 수 밖에 없게된 환을 은성만의 방식으로 떠나보낸다. 웃는 모습, 밝은 모습이 가장 매력적인 은성인만큼 여탯껏 선우환에게 보였던 모습 중 가장 밝은 모습으로 이별을 준비한 것이다. 아픈 사랑을 했기에 환이에게도 은성에게도 앞으로 얼마간 더 아파야할 날들에 꺼내보며 위안이 될 수 있는 작은 추억거리를 만들고 떠나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그간 밀어내기만 했던 은성이었기에 자신의 진심을 보여주고픈 마음이었다고 보여진다.



    아무것도 모르는 환은 갑자기 바뀐 은성의 태도에 어안이벙벙 하지만 마냥 좋아한다. 반면 좋아하는 환이를 보면서 마지막을 맞이하는 은성은 죽을만큼 힘겨워 보였다.
    영문도 모른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낸 후 남겨질 사람들의 아픔을 알는 은성이기 때문이다.


    알콩달콩한 두 사람의 데이트를 끝으로 은성은 홀연히 공항으로 향한다. 다행이도 너무 늦지 않게 은성이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된 환이가 공항으로 달려가 은성을 잡았기에 은성은 준세가 모셔온 아빠와의 재회까지 하게 된다. 승미모녀에 의해 가로막혔던 두 사람의 벽이 허물어 지는 순간인 것이다.


    이렇게 찬란한 유산 26회가 끝이 났다. 다음주의 종방까지 단 2회를 남겨놓은 현재로서 나쁘지 않은 페이스의 전개였다.
    다음주에는 일본에 데려가려던 은우가 차에서 도망치면서 백성희의 의도와는 다른 방법으로 은성과 만나게될 이야기가 펼쳐질 것이다. 은성의 아빠와의 재회가 준세 덕에 이루어졌기에 은우와의 재회에는 선우환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백성희의 최후는 생각보다는 비참하지 않게 전개되지 않을꺼란 생각이 든다. 승미가 엄마를 대신해 모든 사실에 대한 시인하고 떠남으로써 적당선에서 용서하는 모습으로 끝이 나지 않을까 하는게 본인의 견해이다.

    '찬란한 유산'이 막장없는 드라마로 사랑받아 왔기에 백성희가 철저히 처벌받고 망가지는 모습보다는 훈훈히 용서하고 고은성과 선우환이 사랑할 수 있게 되는 따뜻한 결말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말이야 어찌됬든 해피엔딩임에는 분명한 사실이기에 남은 2회의 전개가 너무 루즈하거나 허술하게만 진행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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