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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란한 유산도 이제 종방을 1주일 앞두고 있다. 지난주 24화에서 네 사람의 교통정리가 끝났기에 이번주 25화의 행보가 많은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이번 찬란한 유산25화는 교통정리에 의해 빨간불이 켜진 두사람의 모습이 주로 그려졌다. 유승미와 박준세가 각자 사랑의 끝이 왔음을 선고받고 아파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준세가 마음이 아팠던 이유는 은성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신의 손으로 아버지의 날개를 꺾어야 했기에 힘들어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날개가 아무리 잘못된 악마의 날개였다고 할지라도 아버지이기에 쉽지많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원래부터가 부패한 아버지었다면 바른길로 이끄는것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아버지가 얼마나 회사를 사랑하고 일해왔는지를 알기에 잘못된 사랑을 일깨워 주기가 쉬운일은 아니었다. 죄를 일깨우는것 보다 잘못된 사랑을 일깨워 주는일이 훨씬 힘들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준세가 처음부터 아버지를 막아서길 결심한건 아니었다. 차마 아버지기에, 회사가 아니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아버지였기에, 그의 손을 들어주려고 했던 준세였다. 신념을 가지고 곧게만 살아오던 준세였기에 아버지의 부패를 보고만 있어야하는 현실이 그의 목을 조를 수 밖에 없었다.

    처음 이 장면을 볼 땐 준세가 찬/반 여부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은성이 때문이라고 생각 했었다. 아버지를 선택할 것인가 사랑하는 여자를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로 봤던 것이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은성이 때문이 아니라 자신때문이었다.
    아버지를 선택할 것인가 자신의 신념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였던 것이다.


    준세가 찬성을 선택할지 반대를 선택할지는 은성이와는 별개의 문제였다. 찬성을 택하든 반대를 택하든 이미 은성의 마음은 환이에게 가버렸으며 회사 또한 받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즉, 정의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 그동안 존경해왔던 할머니를 지켜드리는가 아버지의 야심을 지켜드리느냐의 문제였던 것이다.

    은성이 투표장에서 준세를 보고 놀라고 안쓰럽게 바라본 것 역시 같은 맥락이었다. 찬성표를 던지기 위해 그 자리에 앉아있던 준세가 야속하거나 어떻게 저럴 수 있냐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아버지와 맞서야 하는 준세를 보았기때문에 놀라고 안쓰럽게 본 것이었다. 할머니와 아버지 그 어느 한쪽도 외면할 수 없는 준세를 알기에 기로에 선 그의 아픔을 알았기때문이다.

    결국 박준세는 자신의 신념을 선택한다. 자식으로서 잘못된 길을 가는 아버지를 막기로 선택한 것이다.


    (박태수 - 아버지)
    니가 무슨일을 한줄 알어? 여자 때문에, 계집애때문에 애비 목을 쳤어

    (박준세)
    은성이 때문이 아니에요. 부끄러웠어요
    환이하고 은성일 보는 순간 부끄러웠어요
    아버지를 배신하고 아버지를 짓밟고 살 수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순간 알았어요 내가 평생 내 자신을 부끄러워 하면서 살겠구나
    그럴 순 없자나요 아버지, 그건 사는게 아니자나요
    내가 나 자신을 경멸하면서 어떻게 살아요!

    (박태수)
    그래서 아버지를 죽였어!

    (박준세)
    아버지를 살렸다고 생각해요

    (박태수)
    할머니를 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저버리고 벼랑끝으로 달려가셨던 아버지셨어요
    저라고 쉬웠겠어요? 고통스럽고 괴로웠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었어요

    결국 자신을 택한 준세는 아버지에 대한 죄송함에 또한 괴로워 해야했다. 아버지의 손을 들어줬어도, 할머니의 손을 들어줬어도 반드시 괴로웠어야 할 일이기에 자신을 택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날개를 자식으로서 직접 꺾었기에 아들은 죄인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에게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아들이기에 죄인이었고 그런 아버지를 갖은 자식이기에 할머니에게, 그 가족들에게, 회사람들에게 죄인이어야 했다.
     

    (장숙자 할머니)
    박태수 썩을놈, 아들 하나는 잘키웠다니까

    부모님들의 역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무리 바르고 열심히 살려고 해도 부모님이 그렇지 못하면 자식들은 죄인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은 혼자서만 바르고 정직할 수는 없는 것이다.


    (장숙자 할머니)
    처벌? 이놈아 니가받을벌, 이미 준세가 받았어
    자식을 도둑질에 끌구 나오는 부모가 어딨어, 그리고도 니가 부모냐?
    자식 가슴에 피멍들게 하고 그 회안을 어찌 감당하려고 그런 일을 벌려
    준세 봐서 넘어 갈테니까 회사 돈 돌려놔
    회사 이만큼 크는데 니 공 컸던거 알아, 나 혼자서는 어림 없었지

    자신의 등에 칼을 꼽았다고 생각한 아들이었지만 결국 아들덕에 숨을 쉬고 살 수 있게되었다. 어쨋든 이렇게 준세 부자의 일은 일단락 된다.

    하지만 이런 박준세의 선택으로 또 한사람 괴로워야 했다. 바로 유승미이다. 할머니가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은성이에게서 환이를 되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 승미에게 준세의 선택은 결정적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나버렸기에 또 한번 갈길을 잃게된 것이다.


    (유승미)
    근데 왜 말안해요?
    내가 그 장부 경찰에 넘길까봐요?
    환이 오빠가 알면 그거 빌미로 나 떼내고 은성이 한테 갈까봐요?

    (박준세)
    둘다 아닌데,
    말할 필요가 없는데 뭐하러 말해요

    (유승미)
    그게 무슨말이에요?

    (박준세)
    승미씨는 그 장부 넘길생각 없을꺼고 환이 마음은 이미 은성이하테 가버렸는데
    그앞에 승미씨 더 처참하게 만들어서 뭐하겠어요

    준세가 찬성표를 던지지 않으면 장부를 공개하겠다고 했던 승미였다. 하지만 반대표를 던졌더라도 승미는 장부를 공개할 수 없었다. 장부는 투표전에만 그 효용가치가 있었을 뿐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승미의 모든 행동은 선우환을 자신의 남자로 만들기 위한 행동이었을 뿐 그 어떤 악의도 갖지 않았었다. 그랬기에 이미 결정이 나버린 상황에서 장부 공개로 박준세의 아버지를 감옥에 보내야할 이유도 필요성도 없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준세를 적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장부를 가지고 협박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에, 은성과 자신의 속사정에 대해 많은것을 알고 있는 준세이기에 그가 입을 열었을때 많은것을 잃게된다. 즉, 처음부터 장부를 공개할 생각은 없었던 것이다.


    (박준세)
    하루하루 숨은 제대로 쉬고 살아요?
    그러다 숨막혀 죽기전에 털어놓치 그래요,
    더 버티는건 어리석은 짓이에요, 후회만 늘어나요

    (유승미)
    후회는 선택할 수 있었는데 잘못된 결정을 했을때 하는 이야기에요
    준세씨가 날 얼마나 어리석은 사람으로 볼지 알아요
    은성이가 날 얼마나 파렴치하게 생각할지
    환이 오빠가 나하테 얼마나 실망했을지, 아니 얼마나 정떨어 졌을지 두렵고 겁나고
    근데 어쩔 수가 없어요 어떻게 털어놔요 털어 놓을 수 있는 일이 아닌데
    그래서 나는요 그냥 이렇게 있는거 밖에는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어요
    이제 오빠하테 전화도 못하겠고, 보고 싶은데 보러갈 수 도 없고
    내일 아침에 눈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잠드는데 눈뜨면 제일먼저 오빠가 생각나요

    승미에게는 처음부터 선택권이 없었다. 이미 벌여진 판에 어쩔 수 없이 얽히게 된 것이다. 때문에 승미는 완벽히 '악'이 될 수 없었고 매 순간 엄마와 부딪혀야 했다. 승미 또한 엄마와 자신의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다만 준세와 다른 것은 준세는 결국 자신을 선택한데에 비해 승미는 엄마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엄마를 선택했기에 그 이후의 일에대한 선택권은 엄마에게만 있었다. 아빠때문에 힘들게 살아왔던 엄마를 알기에 자신마져 엄마를 외면할 수 없다는 현실이 자신의 목을 죄어온 것이다.


    승미의 엄마인 백성희 역시 자신만을 위해, 돈에 대한 욕심때문만에 이 모든일을 벌이게된 것은 아니다. '딸'에 대한 잘못된 사랑이 만들어낸 결과인 것이다. 딸은 누구보다 사랑했기에 딸이 행복하길 원했고 딸이 행복하기 위해서는 남편과 돈이 필요했다. 그랬기에 보험금을 가로챘어야 했고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환이네에게 알릴 수 없었다. 당연히 환이와 승미가 결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작된 거짓말이 주체할 수 없이 커져버렸고 결국 딸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잘못된 사랑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만들 수 있는가를 몸소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가 사랑에 끝을 향해 달려가는 두사람의 이야기였다면 사랑을 하고있는 두사람의 안타까움도 점점 절정을 향해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선우환을 사랑하게 되어버렸지만 그에게 가기까지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아파하기에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하는 고은성과 아무것도 모른채 자신의 마음에 솔직해 상처받는 선우환이다.


    (선우환)
    너 지금 울어? 너하테 준세형이 뭔데 울어! 너하테 그정도로 대단한 사람이냐

    (고은성)
    자기 손으로 아빠 매장시킨거나 마찬가지니까 얼마나 힘들겠어요

    (선우환)
    힘들어 울면 준세형이 울지 니가 왜울어, 울지마 내 앞에서 준세형 때문에 울지마!

    (고은성)
    마음아파서 그래요 준세 오빠가 나하테 어떤 사람이냐구요?
    나 몰래 방값 빌려주고 이사 도와주고 만두 수레 끌어주고 우리 은우 전단지 만들어주고
    그거 같이 붙이러다녀주고 나 아프면 몰래 우유배달도 해주고, 밥도 해주고 내가 필요하면
    얘기 들어주고 언제나 달려와 주고 내가 제일 어렵고 힘들때 티안내고 나 도와준 사람이에요
    그런 사람이 저렇게 힘든데 어떻게 마음이 안아파요

    (선우환)
    그랬어, 그정도 였어.... 할머니가 퇴근하고 오랜다

    뭐? 이사, 만두, 전단지에 우유배달? 아하. 뭐 이렇게 해준게많아, 준세형 진짜

    사랑하는 여자가 다른 남자때문에 우는걸, 마음아파하는걸 바라봐야하는 환이는 속상하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준세가 어떤사람인줄 알기에 얼마나 괜찬은 사람인줄 알기에 그게더 화가 난다. 차라리 못된놈이라면 가서 패주고 억지로라도 은성에게서 떨어트려 놓을텐데 그럴 수 없기에 선우환이 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막상 이렇게 말해 놓고 상처받는 환이의 표정을 보자 은성은 또 미안해진다. 환이 역시 상처주고 싶지 않은 사람인데, 자신때문에 아파하는걸 보고싶지 않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 대목에서 박준세가 은성에게 사랑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은성에게 준세는 자신이 어렵고 힘들때 티안내고 도와준 은인같은 존재이다. 또한 힘들때면 기댈 수 있는 버팀목이 되어준 아빠같은 사람이고 친오빠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준세에게는 늘 고맙고 미안한 것이다. 마음의 빚이있고 언젠가 신세를 값아야할 사람이다. 자신에게 늘 잘해준 사람이기에 그 사람 역시 잘됬으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 은성의 마음이다.


    (고은성)
    어떻게 걱정을 안해요? 그 큰일을 치뤘는데.
    오빠 왜이렇게 날 자꾸 미안하게 만들어요

    (박준세)
    니가 왜 미안해, 내가 그럴 수 밖에 없어서 한 결정이야
    아버지도 나중엔 이해해 주실꺼야

    (고은성)
    고민할때 미리 말이라도 하던가 술이라도 같이 마셔 달라던가,
    나 힘들땐 다 해주면서 오빠 힘들땐 왜 손을 안내밀어요? 나도 뭔가 도움이 되야죠
    이틀동안 술만 마셨어요? 밥은 먹고 다녔어요?

    (박준세)
    나 박준세, 자존심 있는 놈이다. 동정은 사절이야

    (고은성)
    이게 왜 동정이에요 나 힘들때 오빠도 옆에 있어 줬자나요
    힘들때 사람이 얼마나 위안이 되는데요

    (박준세)
    은성아, 난 내가 좋아하는 여자한테 했던 일들을 신세 값는걸로 돌려 받고 싶지 않아

    은성 역시 준세를 사랑하지만 은성이 준세를 사랑하는 마음은 남녀간의 사랑과는 다른 것이다. 가족간에 사랑을 하듯 친구간의 사랑을 하듯 내 사람으로서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인 것이다. 아빠를 사랑하더라도 아빠와 연인이 될 수는 없듯이 준세를 사랑하지만 그 속성이 연인으로 발전하는 사랑과는 다른 사랑이기에 준세의 마음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반면 환이에게 느끼는 것은 분명 사랑이었다. 처음엔 원수같은 사람이기에 미웠지만 어느순간 그 미움이 안타까움이 되고 사랑이 되었다. 특별히 잘해준 것이 없기에 갚아야 할 것도 없지만 그가 잘됬으면 좋겠고 자꾸 신경쓰이는 마음인 것이다.


    준세의 행동과 배려에는 늘 고마움과 갚아야할 신세였다면 선우환의 행동과 배려는 웃음과 설레임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선우환과 박준세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선우환은 사랑이 되고 박준세와는 사랑이 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박준세뿐 아니라 유승미라는 거대한 벽이 가로서고 있다. 한때는 가족이었고 자매였기에 은성은 승미를 외면할 수가 없다. 또한 승미에게 환이 얼마나 절실한 사람인가를 알기때문에 선우환이 없으면 죽는다고 했던 승미이기에  자기의 사랑을 고집할 수가 없다.


    때문에 선우환을 밀어낼 수 밖에 없다. 자신때문에 아파할 사람들을 그냥 두고 보면서까지 사랑을 할 만큼 독하지도 악하지도 못한 은성이기 때문이다.


    (선우환)
    기다리라고 했자나, 내 옆에 있으라고 했지

    (고은성)
    기다리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우리 둘이 있는거? 사랑하는거? 그걸 우리가 할 수 있을꺼라 생각해요?

    (선우환)
    핑계대지마, 너 도망가는거야, 준세형 때문에 그래?
    내가 준세형하테 다 갚아 줄께, 준세형이 너하테 해준거 이상 내가 다 해주면 될꺼 아냐

    (고은성)
    우리 둘 사이에 준세오빠만 있는게 아니자나요

    승미와 은성의 사정을 모르는 선우환에게 은성의 행동은 핑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억지로 자신을 밀어내는 은성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승미가 얼마나 아파할지를 알기에 그런 승미를 외면한채 사랑을 할 자신이 없는 은성은 상처를 받는 환이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물론 앞으로 밝혀질 백성희의 만행과 동생 은우를 찾게된다면 결국 사랑을 하게 될 것이다. 종방까지 그 둘의 사랑을 얼마나 애절하게 그려내느냐가 앞으로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은성이 동생 은우와 아빠 고평중의 존재를 알게될 시기가 가까워져 오고 있기에 다음 화에서는 백성희의 마지막으로 몸부림을 주목할만 하다. 또한 모든 사실이 밝혀진 후 유승미의 감정변화를 얼만큼 잘 나타내느냐에 따라 그동안의 논란이 많았던 문채원(유승미 역)의 이미지 실축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시청률 40%를 달성했기에 앞으로의 전개가 다소는 부실하게 진행되더라도 시청률은 큰 변동이 없을것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그 애절함의 디테일에 따라 종방 이후의 두 배우의 행로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한효주, 이승기이기에 이 여세를 몰아 마지막까지 시청자의 마음을 울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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